장르|멜로/로맨스 감독|김도영
(은호)
"정원아,
그 시절의 나는 너 정말 많이 사랑했던 거 알지?"
(정원)
"알지.
그 시절의 나도 널 정말 사랑했어"
(은호)
"다 해 주고 싶었는데, 뭐든"
(정원)
"다 받았어
[울먹인다]
은호야 너한테 할 말 있어
그때.. 내 집이 되어 줘서 정말 고마웠어.
은호야."
[은호, 고개를 끄덕인다]
[은호의 애틋하지만 담담하고 쓸쓸한 담백한 눈빛. 그리고 둘의 미소]
공항에서의 마지막 포옹 후 서로에게 건네는 "안녕"
각자 떠나고 둘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만약에 우리』 장르|멜로/로맨스 감독|김도영 개봉일|2025.12.31
강한 자극이 흥행으로 직결되는 시대에 잔물결 지는 로맨스 영화가 흥행을 이뤘다.
이유가 뭘까? 무엇이 자극을 좇는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까다로워진 대중들의 마음을 녹인 『만약에 우리』의 매력은 무엇일지 영화 후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 부족한 환경에도 사랑하나로 쏟았던 풋풋했던 나의 사랑을 기억나게 해주는 영화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시대에 싱그러움과 순수함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서툰 모습이 자연스럽고 그 모습이 그리웠을지 모른다. 겉모습에 빠져들고 겉을 포장하려 드는 요즘 같은 시대에 진실된 마음이 주는 안정감이 우리는 그립다.
2. 모자랐던 과거를 거울처럼 마주하다.
못나고 찌질해서 움켜줬던 행복을 스스로 차버린 과거의 나. 스스로도 기억을 덮어버릴 만큼 못나고 후회스러운 내 모습의 기억을 끄집어냈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또 그걸 인정하고 고백하면서 정원은 진짜 과거와 작별한다. 정원을 통해 우리 스스로 회피하고 미워했던 과거의 나를 다시 마주해 보고 어른이 된 내가 과거의 나를 어루만지고 용서해 주는 시간이 된다.
3. 과거의 사랑과 대화하게 된다면, 만약에 우리, 이러지 않을까?
실제로는 만나지 못하는 헤어진 인연. 평생에 우연히 마주칠 확률이 몇이나 될까. 연락하면 지금의 삶이 와장창 깨지고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을 텐데. 그런 우리가 만약에.. 만약에 우리, 먼 훗날 우리. 만나게 된다면 서로에게 이런 이야기를 건네지 않을까? 정말 사랑했던 나의 과거야.
과거 내가 사랑했던, 그리고 나를 사랑했던 연인이 사실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 않았을까?
우리가 비록 상처 주며 헤어졌지만 그래서 비록 우리의 인연은 끝났지만,
그때의 나를 은호처럼 또 정원이처럼 기억해주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도 너와 같다고 너에게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다. 직접 연락은 안 하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는 네가 생각이 났고 너도 내가 생각났다면 내 마음이 전달되면 좋겠다.
진짜 제대로 인사하자 '안녕'이라고. 정말 많이 사랑했고 다 내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했다!
(은호)
"그.. 만약에..
우리가 반지하방으로 안 이사 갔으면 우리 안 헤어졌을까?"
(정원) [울먹이지만 단호하게]
"아니. 그래 봤자 1,2년 더 만났겠지"
(은호)
"그럼 만약에
네가 나 기다려줬으면? 끝까지 나 기다려 줬으면?"
(정원)
"그럼 넌 끝까지 게임 완성 못했을걸? 안 그래?"
(은호)
"그러면 이것저것 우리가 안 따지고, 결혼했으면?"
(정원)
"결국 이혼했을 거야."
(돌아서며) 그만하자, 은호야 "
(은호)
"잠깐 딱 하나만, 딱 하나만 물어볼게.
그날.. 내가 지하철 탔으면? 타서 너 잡았으면?"
(정원)
"그랬으면..
[울며] 너랑 계속 함께 했을 거야.
영원히."
[충격받은 은호, 주저앉은 은호]
[함께 주저앉아주는 정원].
(정원)
"아니야, 결국 헤어졌을 거야.
왜냐하면...
니가 선풍기 바람 너만 쐤잖아. 치사하게.."
[은호와 정원의 흐느낌]
(은호)
"내가, 내가 널 놓쳤네"
(정원)
"내가 너를 놓았어. 음, 아니지, 우리,
서로 서로를 놓은 거야.
그리고 그건 정말 잘한 선택이야
난 후회 안 해, 은호야."
[둘의 계속되는 흐느낌 그리고 눈맞춤]
(은호 독백)
조금씩, 하나씩 이뤄 갈수록 깨닫게 되는 게 있었다.
그때는 이미 지나갔고 그 시절 우리는 이미 없다는 것.
돌이킬 수는 없다는 것.
과거의 사랑이 주는 힘은 많은 걸 이룬 어른이 된 우리가 마주 보며 아이같이 흐느낄 수 있다는 것
우뚝 선 어른이 된 나를 나도 모르게 아이로 해제시켜 버릴 사이.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 진심 어린 사랑을 했던 모두라면 알 것이다.
은호와 정원은 한 번쯤 상상해 봤을 타임캡슐을 타고 돌아간 나를 보여주고 있다.
--- 은호 아버지가 정원에게 쓴 편지 중 ---
얼마 전 너희 둘이 헤어졌다는 이야기 은호한테 들었다.
인연이라는 게 끝까지 잘되면 좋겠지만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쉽지는 않지.
사람의 마음도 삶도 변할 수밖에 없는 거니까.
그래도 괜찮아,
괜찮단다
이 편지가 너에게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항상 말해주고 싶었단다
나한테도 은호한테도 너는 참 귀한 사람이었어
어떤 선택을 해도 어떤 삶을 살아도 정원이는 잘 해낼 거야. 알았지?
어디서든 밥은 꼭 잘 챙겨 먹어야 한다
혹시 아저씨 반찬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늘 건강하고 행복하렴.
정원은 말한다.
소원을 빌었던 과거 해변가에서 본인은 소원 같은 건 진작 잊어버렸다고.
'꿈'을 꾸고, '같이' 소원을 빌고, '우리'가 있었다고.
결혼했어도 이혼했을 거라는 정원이 지하철에서 은호가 잡았다면 영원히 함께 했을 거라 말한다.
정원에게는 여전히 은호라는 존재가 순수한 사랑이다. 법의 제도에 엮인 결혼보다도 그건 몰라도 오로지 은호의 옆에서 지켜주고 우리가 함께했을 것이라고 여전히 말해주는 정원이다.
뭐든 함께하는 것 그게 무엇이든 어떤 환경이든. 결국 손을 잡고 함께 믿고 사랑하는,
그만큼 나는 그냥 너랑 함께하는 모든 순간과 널 순수하게 사랑했던 거지.
이 영화가 당신의 서툴렀던 과거를 치유해 줬다면, 아쉬움이 남았던 사랑을 해소해 주는 영화였길 바랍니다.
당신은 정원이와 은호가 되어 비로소 제대로 안녕을 했으니 이젠 조금 더 마음이 편해져도 돼요.
은호의 아버지가 건네는 말처럼 당신은 과거의 사랑에게 참 귀한 사람이었어요. 어디서는 밥 꼭 잘 먹고 다니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길 우리 모두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