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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눈 Aug 23. 2023

둘이 함께 원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강제로 미니멀라이프

혼자 살 때


우리의 동거는 내가 원래 살고 있던 8평 원룸 오피스텔에서 시작했다. 처음 동거 허락을 받을 때만 하더라도 원룸에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잘못된 생각이었다. 동거 전에도 주 2-3일씩 남자친구가 내 자취방에서 지냈지만, 잠깐 머무는 것과 생활하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동거 전에는 남자친구가 주로 주말에 잠시 놀러 오는 정도였기 때문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동거 후에는 낮과 밤, 그리고 주말을 통째로 함께 보내게 되면서, 집에서의 생활이 중요한 부분이 됐다. 혼자 살 때는 괜찮았던 작은 자취방 공간이 둘이 함께 살기에는 협소하게 느껴졌다.




당장 집을 넓힐 수도 없고 둘이서 생활은 해야겠으니, 집에 있는 물건들을 치우기로 했다. 강제 미니멀라이프의 시작이었다. 방이 여러 개 있다면 각 방을 필요한 대로 꾸미면 되겠지만, 우리에게는 단 하나의 방뿐. 우리에게 주어진 이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자는 시간에는 잠만 자고, 먹는 시간에는 먹기만. 나머지 시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우리의 미니멀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침대를 버리고, 바닥에서 자자!"


첫 희생양은 침대였다. 침대를 없애고 이불로 대체하는 결정을 내렸다. 꼬꼬마시절부터 침대생활을 해왔던 나에게는 정말 큰 결정이었다. 하지만 원룸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침대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침대가 사라지면서 원룸이 텅 비었다. 그 대신 이불을 구입해서 평소에는 장롱에 넣어두고 자려고 할 때만 꺼내서 사용했다.


둘이 살 때


식사 시간에는 접이식 테이블을 이용해 식사했다.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접어두고 식사할 때만 꺼내서 사용했다. 테이블과 이불을 접어두고 펴는 것이 우리의 루틴이 되었다. 자거나 먹는 시간 이외에는 이불과 테이블을 정리해서 우리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작은 공간에서 우리의 소중한 추억들이 쌓였다. 함께 게임하거나, 가끔은 밤에 간단한 주전부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18년 월드컵 독일 경기도 이때 봤는데, 오피스텔 건물이 함성 소리로 가득 찼었다. 퇴근한 뒤, 혹은 주말에는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함께 요리를 해 먹었다. 남자친구의 요리 실력이 이때 많이 늘었다. 커플 잠옷을 입고 바닥에 누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밤을 새우기도 했다. 방이 하나라 서로 어색하거나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만큼 서로에게 솔직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작은 집에서의 일상이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 찼다.


좁디좁았지만, 하루하루 재밌고 행복했다. 둘이 소꿉놀이하는 거 같이 즐거웠다. 집도 작고 짐도 없으니 집안일도 스트레스받을 게 없었다. 이제는 좀 더 큰 공간으로 이사를 한 데다가 짐도 너무 많아져서 다 버리지 않고서야 원룸으로 돌아와 살 수는 없겠지만, 가끔씩은 그 작은 원룸에서의 단순하고 소중한 순간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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