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한발자국씩 앞으로, 그림이맘 이야기
1997년 6월 1일.
우리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날.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세상에 나온 아이는
코가 오똑하고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사내아이이다.
하늘에서 내려 준 선물 같은 우리 아이.
둘도 없이 소중한 내 아이가 세상에 나와 내 품에 안긴 날이다.
그림이가 태어나기 전, 첫 아이를 임신했다.
엄마가 된다는 기쁨에 한없이 감격스러웠다.
그러나 그 감격은 오래 지나지 않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첫 아이를 떠나보내게 되었다.
유학 중이던 남편을 따라 미국에 있었던지라 그 아픔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내 아픔을 어루만져주려는 듯 나에게 다시 아이가 찾아왔고,
아픔을 2배로 보상하려는 듯 두 아이가 나에게 찾아왔다.
처음 아픔이 있었던지라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다시 나에게 아이를 주셔서 감사했다.
그런데 그 감사의 기쁨은 나에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임신 10주가 지날 쯤. 한 아이가 내 곁을 떠났다.
마음이 아팠다. 저리도록 아팠다.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건지 하늘에게 되묻고
나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이 아픔에만 빠져있을 순 없었다.
내가 지켜주어야 할 단 한명의 아이가 내 뱃속에 있기 때문에.
더욱 필사적으로 아이를 지키려고 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내 곁을 지켜주었고, 내 품에 안겨 주었다.
세상에서 제일 반짝 반짝 빛나는 우리 아가가 내 품에 안겼다.
순하디 순한 우리 아이.
낯가림도 없이 누구에게나 방긋 방긋 웃어주는 성격 좋은 우리 아이.
미국에서 생활하다보니 이중 언어를 사용 해 말이 조금 늦었지만
여느 아이들처럼 버튼 누르는 것을 좋아하고
물소리를 유독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사랑스러운 우리 그림이.
아이와 함께하는 샌디에고에서의 하루하루가 유난히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