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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시작한 블로그,
가장 많이한 실수

콘텐츠 크리에이터 도전 3년차, 콘텐츠로 먹고 살수 있을까?

by 이지현


"온라인 시대에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시작하지?"


본격적으로 콘텐츠 창작을 고민한 3년 전, 누군가 나에게 콘텐츠를 만들어보라고 했다면, 아마 이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요즘은 개인 브랜딩 시대" "콘텐츠로 먹고 사는 시대"라고 하는데, 정작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거창함'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실제로 콘텐츠 시장은 거대하다. 한국저작권 위원회가 발간한 지난해 11월 이슈 브리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 규모는 2023년 1276억 달러에서 2030년 528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국내만 해도 8조 원 규모라고 한다.


"유튜브를 해야 하나? 인스타그램을 해야 하나?"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을 때 어떤 플랫폼을 선택해야 할지도 혼란스러웠다. 나같은 내향인에게 유튜브는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한다는 게 부담스러웠고, 인스타그램은 막상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지 막막했다. 내 일상이 과연 남들이 보고 싶어할 만큼 특별한가 의문이 들었다.



결국 내 선택은 '블로그'였다. 한글만 쓸 줄 알면 되니까. 글쓰기가 그나마 부담이 덜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하고 첫 포스팅을 써보려 했지만 "안녕하세요" 다음 문장부터 막혔다. 무엇을 써야할지 몰랐고 한 달 넘게 빈 블로그만 보고 시간을 보냈다(콘텐츠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퇴사 이후여서 콘텐츠 크리에이터 기간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콘텐츠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콘텐츠는 특별한 사람들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전파진흥협회의 2022년 1인 미디어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의 연령 분포 상 30대가 43.9%로 가장 많고, 40대도 22.6%나 된다.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콘텐츠를 어렵게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거창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뭔가 대단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전문적이어야 하며,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리 콘텐츠라면 셰프 수준의 레시피를, 육아 콘텐츠라면 전문가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여행 콘텐츠라면 세계 각지를 누빈 경험을 가져야 한다고 믿었다.



'내가 이런걸 써도 될까? 내가 무슨 전문가라고…' 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전환점은 우연히 보게 된 육아하는 엄마의 블로그였다.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그저 하루하루 아이와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솔직하게 적은 글이었다.



가족에게 차려준 식단 사진과 이야기, 아이가 아파서 병원 가고 치료한 이야기 등 별 것 아닌 것 같은 내용이었지만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댓글에는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위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콘텐츠의 핵심은 전문성이 아니라 '공감'이라는 것을.






댓글 한 줄이 주는 힘, 퇴사 후 시작한 일



또 다른 장벽은 조회수에 대한 부담이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누가 내 글을 보겠어?' '조회수가 나올까?'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실제로 첫 블로그 글의 조회수는 '3'이었다. 아마 내가 들어가서 본 것까지 하면 실제로 읽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며칠 후 댓글 하나가 달렸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많이 공감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 한 줄이 주는 힘은 엄청났다.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공감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콘텐츠의 가치는 조회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친구와 카페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온라인에서 서로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사실 우리는 매일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친구와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동료에게 하는 업무 설명, 가족에게 들려주는 하루 이야기… 모두 콘텐츠다. 온라인 콘텐츠는 한 명과 나누던 이야기를 여러 명과 나누고, 언제든 볼 수 있도록 기록해두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콘텐츠가 갑자기 쉬워졌다. 멋진 기획이나 전문 지식이 아니라, 평소 하는 생각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2021년 퇴사 후, 2023년 3월 콘텐츠 창작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과연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콘텐츠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새로운 가능성, 나에게 두번째 업(job)이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가장 큰 실수는 '다른 사람 따라 하기'였다. 인기 블로거의 글이나 조회수가 많은 글을 보고 스타일을 흉내 내려 했지만, 억지로 하다 보니 어색하고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나는 나다워야 한다는 것을. 평소 지인들과 이야기하듯이 쓰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나도 편했다.



또 다른 실수는 완벽주의였다. 한 번 쓴 글을 몇 번씩 고치고, 쓰다가 고치고를 반복하다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책 리뷰도 일주일이 걸려서 하나를 쓰기도 했다. 며칠이 걸려서 쓴 글보다 급하게 쓴 글이 오히려 반응이 좋은 경우도 있었다. 완벽함보다는 진짜 내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3년차의 결론



3년간의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된 사실.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것. 다만 그걸 발견하지 못했거나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당신도 분명 누군가에게 조언해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료의 고민 상담에서 "내 경험으로는…" 이라며 이야기한 것들이 바로 콘텐츠의 씨앗이다. 보고서 잘 쓰는 방법, 스트레스 푸는 방법, 시간 관리 노하우 등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필요한 정보일 수 있다.



심지어 실패한 경험도 훌륭한 콘텐츠가 된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바쁜 현대사회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내가 겪은 진짜 경험'이다.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내가 직접 겪고 느낀 것은 그 누구도 똑같이 경험할 수 없는 고유한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이 과연 맞을까? 3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시작은 분명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속하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콘텐츠'가 아니라 '진짜 나다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경험, 생각, 관점도 모두 당신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막막할 수 있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시작이 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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