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새살이 돋아나는 시간

흉터, 그 단단한 기록

by 온곁


아이 무릎이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는 생각보다 크다. 쿵, 둔음이 공기를 눌러 앉히면 세상은 잠깐 숨을 멈추는 것만 같다. 다음 장면은 늘 같다. 숨을 고르는 짧은 정적, 그리고 예고된 울음. 아이를 안아 올리면 흙냄새와 땀냄새가 한데 섞여 품으로 들어온다.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기고 소독약을 바를 때 아이는 몸을 비틀지만, 반창고를 붙이며 건네는 "금방 나을 거야"라는 말에 표정이 느슨해진다. 우리는 안다. 곧 딱지가 앉고, 가려움이 오고, 어느 날엔가 보드라운 새살이 돋아난다는 사실을.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살다 보면 예고 없이 미끄러진다. 믿던 사람 한마디가 생각보다 깊이 박힌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무릎만 까지는 게 아니라 가슴팍이 통째로 갈라지는 것 같다. 살갗이 터지면 소독약이라도 바르지, 마음 구멍에는 뭘 바를 수도 없어 그냥 곪아 들어간다. 보이지 않으니까 더 외롭고,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까 더 답답하다. 숨이 가빠져 말이 줄고, 밤이 길어진다.


그럴 때 우리는 자주 서두른다. 괜찮은 척, 강한 척, 아무 일 없다는 척. 넘어져 우는 아이에게 "일어나, 별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어른처럼 자신을 재촉한다. 하지만 그건 치유가 아니라 덮어두기다. 마음은 다그친다고 붙지 않는다. 아픈 건 아픈 거다. 울음은 나쁜 버릇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다. 고통을 똑바로 마주할 때, 비로소 뭔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다음은 온기다. 상처 난 무릎에 입김을 불어주듯, 자신에게도 숨을 불어넣는다. "지금은 쓰라려도 괜찮아." "이만하면 잘 버텼어." 이런 말은 거창하지 않아서 더 효과가 크다. 다정한 말은 연고처럼 얇게 발라져 서서히 스며든다. 매일 할 필요는 없다. 생각날 때 한 번이면 된다.


시간이 걸린다. 마음 딱지는 몸보다 더 느리게 앉는다. 그 더딤이 우리를 초조하게 하지만, 사실 그 사이에 배운다. 기다리는 법, 덜 다그치는 법, 남의 상처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법을. 흉터를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그건 내가 모진 비바람을 견디고 살아남았다는 증거니까.


완벽하게 매끈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대신 굳은살이 생긴다. 그 굳은살은 통증을 무디게 하고, 비슷한 상처를 만났을 때 주저 없이 손을 내밀게 하는, 깊은 옹이가 되어준다. 상처는 사람을 닫게도 하지만, 잘 돌보면 더 넓히기도 한다는 걸, 우리는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묵묵히 가슴을 안아본다. 쓰라림을 재촉하지 않고, 낫는 속도를 비교하지 않으면서. 아이 무릎이 그러하듯, 마음도 제 일을 한다. 딱지가 앉고, 가려움이 오고, 어느 날엔가 슬그머니 새살이 돋아 난다. 그것만 알면 된다. 아물 거라는 것, 그리고 아물 때까지는 아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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