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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Jun 04. 2020

아르헨티나 워킹홀리데이 준비하기

인내심 한계를 느끼는 비자발급

  비자 발급 하기

  2018.12.03 한-아르헨티나 워킹홀리데이가 스페인어권에서는 세 번째로 협정 체결이 되었고, 2019.01.25 드디어 협정 발효되었다. 이때였다. 퇴사를 마음먹은 것은. 그리고 바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사장님께 퇴사를 질렀다. 이러한 나의 추진력내 주변 동료, 선후배들은 무척이나 놀랐고, 엄마와 오래된 친구들은 역시나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바로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이메일로 비자 발급 문의를 하였다.

  서류는 준비하는 것이 그다지 까다롭지는 않다. 다만, 조언을 주고 싶은 것은 은행 잔액증명서 금액을 최대한 많이 예치를 시키라는 것이다. 어느 나라 비자를 발급하건 간에, 은행 잔액증명서는 이 사람이 그 나라에 방문했을 때 충분히 지낼 수 있는 여유자금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사들이 은근히 까다롭게 보는 항목 중 하나다. 또한 숙박 입증 서류는 영어 또는 스페인어로 준비해야 한다. 다른 서류는 잘 준비했는데, 에어비앤비 숙박증이 한글로 되어 있어서 비자 서류 접수 못할 뻔했었다. 아무래도 아르헨티나 워킹홀리데이 초창기다 보니 정보가 많지 않아서 더 고생을 했다.

 



  보통 출국일 기준으로 2개월 전부터 비자 서류 준비 및 접수가 가능하다. 먼저 서류를 스캔하여, 대사관 이메일로 보내면, 대사관 직원이 답메일로 나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한다. 그리고 알려준 연락처로 전화를 하여, 인터뷰 날짜를 잡아준다. 아르헨티나 입국일이 9월 15일이므로, 8월 23일에 인터뷰가 잡혔다. 모든 서류는 원본으로 준비해오며, 비자신청서는 51. 서명란을 제외하고 다 작성하라고 한다.




아르헨티나 대사관 인터뷰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관은 6호선 녹사평역 1번 출구 쪽에 위치해 있다. 네이버 지도를 보면 2번 출구에서 더 가까워 보이지만, 횡단보도가 없으니 꼭 1번 출구로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가야 한다. 비자 인터뷰 시간은 오전 10시 반이었지만, 영사의 미팅이 늦어져서 약 1시간을 기다린 후, 인터뷰를 하였다. 먼저 한국인 직원분에게 서류 원본을 제출하고 확인을 하는데 숙박증이 한국어인 데다가, 숙박시설 이름이 안 나와 있어서, 허탕 칠 뻔했다.

친절한 직원분께서 본인 이메일로 다시 보내준다면 프린트를 해준다는 것이었다. 허겁지겁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또 몇 분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직원분께서 "스페인어 할 줄 아시죠? 스페인어로 인터뷰할게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헐... 다 까먹었는데요..."라고 했고, 직원분은 "할 수 있는 건 대답하시고 못하는 부분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 스페인어를 안 쓴 지 2개월이 넘은 상태라, 기억이 한창 안 날 때였다. 어쨌든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앞에 유리 가림막 때문에 잘 안 들려서 "Como?(뭐라고?)"를 남발하였다.

그래도 질문을 더듬어 생각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아르헨티나에 왜 가고 싶니?

2. 가서 어떤 일을 할 거니?

3. 지금 하는 일은 무엇이니?

4. 스페인어는 어디서 배웠니?

5. 비자를 받고 아르헨티나에 가면 AFIP(우리나라로 치자면 국세청) 가서 신고를 해야 하는데, 워킹홀리데이는 "홀리데이가" 주목적이니까, 설명을 잘해야 해.

6. 구여권 있니? 있다면 다음 주에 가져와봐.


  거의 다 알아듣기는 했는데, 좀 헷갈리는 부분은 한국인 직원분의 도움을 받아서 인터뷰를 하였다. 내 생에 스페인어를 배우고 나서 가장 유창하게 말한 것 같았다. 다음 주 월요일에 구여권들을 가지고 재방문하기로 하였다. 퇴사까지 했는데, 비자를 못 받으면 내 계획에 상당히 차질이 생기는 것인데 괜히 걱정이 되었다.



  아르헨티나 친구 중 한 명인 Gatin(가띤, 한국어로 야옹이쯤 되겠다)이 인터뷰 어떻게 됐냐고 물어서,

잘 봤는데 담주 월요일에 구여권들 들고 다시 방문해야 한다고 하니까 "너도 Atlanta팀 팬(L이 응원하는 아르헨티나 2부 리그 1위 팀)이라고 말해!" 라며 농담한다. 나는 "현지 연락처에 니 이름과 연락처 적었으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만약에 연락 오면 농담하지 말고 대답 잘해라."라고 했다. 그러니 얘가 하는 말이 "나에게 연락 오지 않기를 기도 하는 게 좋을 거야"란다. 만나자마자 줘 패기로 다짐했다.



2차 대사관 인터뷰 그리고 후기

  구여권을 가지고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두 번째 방문을 하였다. 구여권이 3개나 되니까 한국인 담당자분께서 약간 당황하셨다. 그러다가 여권 안쪽 도장들을 보더니 "아 많이 다니셨구나." 하셨다. 조금 기다리니 영사님이 나왔고, 또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다.



"이전에 아르헨티나 많이 다녀왔던데 왜 갔었니?"

"TC(투어 컨덕터, 국외여행 인솔자)라서 출장으로 다녀왔어. 아르헨티나로 워홀 가면 더 이상 그 일 못해. 인천에서부터 그룹을 데려가서 현지 국가에 가이드들에게 인계해야 하거든."

"항공권은 6개월 안되게 끊었는데, 왜 비자신청서에는 1년으로 적었어?"

"비자가 1년짜리라고 해서 그냥 적었어."

"왜 아르헨티나에 머물러?"

"전에 못 가본 도시들 여행하고, 남극 여행하고 싶은데 2월쯤이 좋다고 해서. 그런데 남극 여행은 날씨 때문에 자주 취소돼서 리턴 날짜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

"현지 연락처에 적힌 사람은 누구야?"

"친구인데요. 예전에 남미 배낭여행 다녔을 때 만났던 친구고, 아르헨티나 갈 때마다 만나."

"그러면 여행 계획서 가져올 수 있어?"

"여행 계획서요? 어학연수도 가서 알아볼 건데, 그것도 다 적어?"

"어. 다 적어와."


  지금 아르바이트생 신분이라 자꾸 빠지고 오는 게 좀 그렇다고 하니까, 한국인 직원분께서 배려해주셔서 이메일로 영문 여행계획서를 이메일로 발송했다. 너무 까다롭게 굴어서 혹여나 비자가 안 나오는 것이 아닌가 너무 불안해 죽겠다.


  그런데, "여행계획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사관에서는 일일이 숙박증을 요구했다. 이 말을 전달하는 한국인 직원분도 좀 당황해하며,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내일 일도 모르는 건데 6-7개월 뒤의 일정을 어찌 안다고, 그걸 다 적으라는 것인가.

  대사관에서 까다롭게 하는 이유는 "워홀"비자를 받아서 정식 취업을 나간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화가 오고 가면서 나도 슬슬 짜증이 나서 "아니 무슨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으면서까지 비자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취소하는 게 낫겠네요. 그냥 여행으로 갔다가 3개월 안에 들어오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라고 하니 직원분께서 잘 고민해보라며 본인도 이야기를 잘 전달하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결국 비자를 줄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 이번 주는 대사관에 행사가 있어서 바쁘니 다음 주 화요일에 숙박 예약증 들고 오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에 많이 방문한 것이 꼬투리 잡힐 줄은 몰랐다. 그래 봤자, 머무는 기간은 엄청 짧았는데 말이다.




세 번째 대사관 방문

  지난번에 추가로 요구했던 여행계획서와 숙박 예약증들을 다 출력해서 대사관에 방문했다. 세 번째 대사관 방문이다. 한국인 직원분께서 서류를 확인해주신 후, 영사에게 서류를 다 맞추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무슨 서약서 한 장을 내민다. 워홀 관련 서약서였다. 내 이름과 사인을 한 후, 비자신청서에도 사인을 하였다. 다음 주 월, 화 중에 비자가 나올 거라고 했다. 발급되기 전날에 연락 준다고 하였다. 비자받게 정말 더럽게 힘들다 라고 속으로 욕했다.




네 번째 대사관 방문

  비자가 7개월만 나왔다. 뭐 어때. 아래 적힌 유효기간 06/sep/2019 ~ 06/dic/2019는 입국 유효 기간이란다. 저 날짜 안에만 들어가면 된다는 뜻이다. 한국인으로서 세 번째 아르헨티나 워킹홀리데이 참가자가 되었다. 출국 5일을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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