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뒷담화 프로젝트

나는 왜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해 적으려고 하는가

by 온행

나는 내성적인 인간이다. 내향형이라 하면 조금 더 쿨하고 세련된 느낌이 들기도 하니, 내향형이라 하자. 내향형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기가 빨린다는 거다. 내향형 인간이 모두 집순이 집돌이라는 편견도 있지만, 사람에 치이지 않고 나 혼자 편히 있을 안전한 장소면 어디든 상관없다. 한강 공원 한적한 벤치나, 역세권에 있지만 왜인지 한산한 커피숍 구석 자리나, 정독도서관의 야외 벤치 한 구석, 이어폰을 끼고 걸을 수 있는 한적한 길 정도면 어디든 나에게 안식처가 되어준다.


내향형 인간들이 사람과의 만남도 싫어하고, 대화도 꺼려한다는 식의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기도 하지만, 내향적이라는 것이 꼭 사회에서 고립되고 싶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놀랍게도 내향성과 사회성이 반비례 관계는 아니라서, 내향형 인간들도 사회생활을 무리 없이 한다.


다만 내향형 인간들은 상대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자기 생각에 빠져들 시간적 여유가 있고, 또 그런 침잠을 흔하게 겪은 경향이 있어서 생각이 많다. 여기서부터는 '내향형'이라는 단어로 퉁칠 수 없는, 나의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스스로 '지겨워. 그만 좀 해.' 상태가 될 때까지 답도 안 나오는 여러가지 일을 곱씹는 편이다. 그리고 이런 자기 파괴적인 행위는 사람들 틈에 끼어있다가 나만의 안식처로 돌아온 순간에 많이 일어난다. 예를 들면 직장 회식 후, 애매하게 친한 지인들과의 만남 후, 아이와 엮인 사람들과의 만남 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밀린 대화를 한 후.

주로 어떤 생각에 빠져드냐면, 이런 것들이다.


내가 너무 나의 많은 것을 오픈하지 않았나? 그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대꾸했던 것이 기분 나쁨의 표현이었을까? 아니면 동조하려는 것 뿐이었을까? 내가 이런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던 것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이 사람이 이런 생각과 이런 말을 대놓고 한 걸 보면 참 이러저러한 성격인 것 같다. 이 사람은 이 나이에 이런 저런 일을 했던데 나도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이 사람은 이런 상황이라 참 힘들겠다. 그런 상황이 안 되려면 나도 이런 저런 걸 조심해야겠지. 그 사람은 참 말을 기분 나쁘게 하더라. 내가 마음에 안들었나? 내가 이런저런 말을 한 게 그 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을 텐데, 뭐라고 생각했었을까? 말을 줄이자고 그렇게 다짐해도 또 분위기에 취해 떠들어대고 말았다. 다음 번 모임에도 나가는 게 좋을까? 그보다, 앞으로는 나를 빼고 자기들끼리 만날지도 몰라.


이런 성격으로 40년을 살다보니, 나를 둘러싼 상황과 사람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따져들고 시간을 들여 불평하며 싫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싫은 일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하는가. 그 이전에, 뭐하러 '난 이게 싫어'라며 분류하고 딱지를 붙이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가. 이 소모적이고 강박적인 버릇을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털어내고 싶다. 그래서 아예 싹 다 씹어버리고 털어버릴까 싶다.


남들 다 보라고 대놓고 뒷담화 하는 이런 교양없는 짓을 해버리자. 그리고 이제 싫어하느라 애쓰는 짓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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