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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하루 onharuoff Jan 17. 2023

엄마의 음식들

없어지기 전에 그리워하기 전에

엄마의 음식들


언제부터일까. 엄마가 해준 음식들이 한해 한해 소중해지고 어렸을 때 먹었지만 지금은 못먹고 있는 음식들을 다시 먹고 싶어지기 시작한 것이.

작년에 정말 오랫만에 집에 김장을 했다. 사먹는 김치로 만족하고 살았는데, 엄마의 김치는 담는 족족 모두 맛있었다. 김장김치, 퍼런잎 김치, 동치미, 석박지, 그냥 물김치 등등.

식탁이 온통 김치로 뒤덮였지만 하나같이 모두 맛있었다.


요즘 엄마 음식들은 과거의 음식 조리방법 + 유튜브 요리가 섞여 있기도 하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방법을 알려드린 뒤로 다양한 요리를 검색하시거나, 티비에서 편스토랑을 보시고는 나름 응용하셔서 새롭지만 가끔은 요상한 음식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도 음식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시고 손을 놓지 않으신다.


무엇이든 엄마가 해준 것은 맛있다. 엄마의 손맛은 외할머니로부터 나왔다. 외할머니의 음식을 먹어본 것은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에는 없지만 당시 동네에서 잔치를 하면 불려가는 요리사였다고 한다. 엄마가 어렸을 때 동네에서 잔치를 하면 가셔셔 요리를 해주셨다고 한다. 물론 엄마가 100% 외할머니의 솜씨를 가졌다는 것은 아니다. 이모들이 나눠서 가진듯 싶다. 이모들의 음식솜씨도 뛰어나고, 특성들이 좀 다르긴한데 성인이 된 뒤로는 먹어볼 기회가 없어서 아쉽긴하다. 많은 음식을 할 만큼의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엄마지만 그래도 일하면서 바쁜 와중에도 아침 밥과 도시락을 꼬박꼬박 챙겨주셨고, 막담은 김치를 좋아하는 아버지 때문에 한달이 멀다하고 김치를 담으셨다고 한다.


엄마가 해주던 것 중에 매일하는 음식이 아니라 특별할 때만 해주시던 음식들이 있다. 정월대보름 쯤에 하는 약식, 자식들 생일 때 하던 집에서 찐 백설기, 동치미가 있는 겨울에 먹는 동치미로 만든 물김치, 쑥이 많이 나오는 달에 직접 쑥을 캐서 만드는 쑥떡 등 몇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지금은 전혀 안하는 백설기는 다시 먹기 힘든 음식이고, 나머지는 매년은 아니여도 정말 가끔, 아주 가끔 때가 되면 먹을 수 있다. 김치를 담는 것이 힘에 부친다하셔 5,6년 전부터 김치를 사먹기 시작했지만 작년 말에 소규모 김장을 했다. 직접 배추 절여서 김장을 한 것은 거의 10년 만인듯 싶다.


언제다시 해주실 지 기약이 없는 그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기록해보려 한다. 엄마만의 음식이 생각해보면 몇가지 안될 수도 있는데, 나중에라도 그리울 때 다시 펼쳐 보기 위해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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