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지 풀이도 독서다
무엇에 임하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찰나에야 비로소 삶은 흔적을 남긴다. 책장을 넘길 때도, 메마른 문제지 앞에 앉을 때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활자를 안구로 좇는 관성적인 행위와, 그 안에서 사유의 뼈대를 길어 올리려는 팽팽한 긴장감을 품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의미를 감각하며 집중할 때, 지식은 비로소 육체에 새겨지고 행동으로 전환될 생명력을 얻는다. 반면, 아무런 마찰력 없이, 저항 없이 그저 흘려보낸 시간은 허무하다. 읽었으나 읽지 않은 것과 다름없이, 경험은 기억의 저편으로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의미란 수동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가운 문제지를 풀어내는 고단한 과정 또한, 나를 정교하게 벼려내는 또 하나의 ‘독서’라 명명하기로 한다.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더 우아한 일은, 오답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문제지들을 채점할 때조차, 점수의 등락보다는 내 사유의 보폭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관찰하는 '비평가'의 시선을 잃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