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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원 Nov 05. 2021

평화로운 자연의 삶

나를 찾아가는 여행에세이 11 - <너에게 여름을 보낸다>를 읽고

호랑나비와 맨드라미
고성 왕곡마을
바라보면
보라 붓꽃


자연 속의 집에서 텃밭을 가꾸며 손수 만든 음식을 차리고 어슴프레 나무 사이로 비치는 새벽의 햇살을 따라 맨발로 흙을 가만가만 걷고 그리고 손바닥으로 찡그린 얼굴을 가릴만큼 해가 떴을 때, 주저않고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는 바다가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작은 소망은 언제나 내 가슴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윤진서, 그녀는 이미 바닷사람이 되는 꿈을 이루었다. 바닷가 마을에 집을 지었고 잔디밭에서 책을 읽고 텃밭을 가꾸고 바람이 스쳐지나갈 때,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고 바란다.


이같은 소망을 가지고 나는 청년지역정착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기존에 해오던 일과 관련된 기회보다도 시골에 내려가서 살아보겠다는 마음이 컸던 때였다. 열심히 지원서를 작성해 1차 합격을 했지만 내 사업계획은 설득력이 없었다. 나는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꿈꿨지만 사업이나 스타트업은 내 성향과는 맞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새로운 곳에서 영감을 받아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사색하고 글을 쓰는 일에 대한 기회는 계속 찾아왔다.


그런데 나는 왜 늘 어디론가 떠나려 하는 것일까? 어떤 건축가는 집은 삶의 보석 상자라 했고, 어떤 건축가는 모든 해답이 자연 속에 있다고 했다. 자연 속에다 안락한 집을 만들었는데 나는 어딘가로 떠나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하나의 꿈을 이루었으니 다른 꿈을 꾸고 싶은 걸까. 아니라면 지금 사는 곳말고 다른 어떤 더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친구를 만나고 싶다거나 아직 보지 못했던 것을 향해 가려는 열망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곰팡이와 장마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걸까. (p.222-p223)


나는 심장에 와닿는 무엇을 느꼈다. 지금까지 내 인생의 원동력이었던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여기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연 속의 평화로운 삶을 이루었는데 또 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은 무엇일까. 나는 '집'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상과 환상, 소박한 꿈으로 버무려진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연 속의 집, 자연이 주는 영감과 글쓰기, 이 모든 것들에 대하여 내가 찾고 있던 것은 자연 속의 집이 아니라 내 마음 속의 집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윤진서, 정책주간지 <공감> 


위 글에서 윤진서님이 자연 속에서 깨달은 것들은 내게 여러가지 감정이 들게 했다. 오로지 자연과 자신에게 집중하며 홀로 평화롭게 사는 삶조차 우리의 갈증을 채워줄 순 없었다. 멀리 떠나와 자연 속에 홀로 있게 되자 이전의 현실에서 멀어지고 싶었던 것들이 가장 그리워하며 연결되고 싶은 것이 되었다. 내게 주어진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바다 무지개'같은 환상을 꿈꾼다. 우리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조화시킬 수 있는 힘이 그러한 환상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심장이 말랑거렸다. 숨겨둔 보물 같은 순간들. 홀로 간직해야만 더 아름다운 것들. 말해버리면 날아갈까 두려울 정도로 가슴 뛰었던 순간들. 바다 무지개처럼 곧 사라져버려 혹시나 헛것을 본 것은 아니었는지, 계속 도돌이표처럼 궁금증을 던지게 되는 인생의 시간들. 그 시간들은 분명히 이전에 존재했었지만 스스로에게조차 증명할 수 없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나는 바람과 염원으로 만들어진 환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그래도 좋다. 그런 환상도 없이 어찌 시간의 여백들을 채울까. 바다로 나가 넓은 세계로 흘러가는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자꾸 환상을 만든다. 그래서 그토록 그 시간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수평선 너머를 한없이 바라보는,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시간 말이다. (p.224)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단이라고 생각했다. 바다 위에서 파도의 물결과 그 물결을 만들어내는 바람을 느낄 때 나는 바람과 염원으로 만들어진 환상이다. 우리는 시간의 여백을 채우기 위해 자꾸만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나는 그 환상적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다음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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