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그 신화를 찾아서 Prologue
나를 찾아가는 여행에세이 1
코로나와 기후위기를 겪으며 사람들의 삶은 불안, 고립, 실업, 경제난 등 그동안 믿어왔던 경제성장이 풍요와 자유를 약속한다는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라는 허구(Fiction)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조셉 캠벨은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에서 인간은 환상, 즉 신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이루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환경 위기, 자본주의 경제성장의 위기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만 자신과 연결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합니다. 인문, 과학, 사회, 예술 등 고립된 분과형 학문 체제와 분열된 정치,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공감과 협력을 이야기하지만 인본주의 관점으로는 실천이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학문 통합과 나아가 사회통합을 이루어내는 정신(신화)적 주제를 우리와 문명의 근원인 ‘생명(우주)’에서 찾았습니다. 처음으로 문학에 눈뜨게 해 준 박경리 선생님의 <생명의 아픔>이란 저서에서 원시 신앙, 샤머니즘의 풍부한 생명 세계와 삼국유사의 신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또한 박경리 선생님을 작가로 이끌어주신 스승 김동리 선생님의 저서 <역마><무녀도><을화> 또한 운명과 실존, 샤머니즘과 신화의 풍부한 생명관을 풀어낸 작품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후위기와 현대 문명의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생명을 이해하고 우리의 신화를 알고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우리의 삶은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연금술사>에서 이야기했으며,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현대의 사회제도들이 정확히 그러한 신화의 기반 위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가 속한 사회의 본질적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화’와 마주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신화는 새롭게 재해석되어야만 합니다.
유럽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고 미국에 독립선언문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삼국유사가 있습니다.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신화, 꿈, 신비>에서는 현대 사회의 불편함과 그 위기를 우리 사회에 적합한 신화의 부재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롤로 메이는 오늘날 미국 사회에 범죄가 이토록 많이 일어나는 것은 젊은 남녀에게 위대한 신화(화랑도와 같은 통과의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역사적인 인물들은 그들의 원형인 신들과 신화의 영웅들을 모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신화의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는 위대한 시대를 향한 열림과 태초의 때로 돌아가려는 주기적 회복이라는 관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신과 영웅을 왜 만들어냈고,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했듯이 왜 신을 죽였는가도 이해해야 합니다. 현대의 신화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새로운 삶으로의 여행-(우리는 모두 이 여행을 해야 합니다)―은 우리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주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낡은 시대의 종교가 아니라 사물들의 새 질서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뜻합니다.(242P)
우주 시대에는 두 가지 명제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첫째, 우리는 사회적으로 새로운 상징체계로 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낡은 상징체계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 현존하는 상징들은 구체적으로가 아니라 영적으로 해석될 때 계시를 드러냅니다.(246p)
캠벨이 발견한 종교적 깨달음의 요체란 인간과 자연, 온 우주를 관통하는 근원적 자아에 대한 깨달음이다. 근원적 자아 안에서 나와 너, 그리고 자연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면, 근원적 자아란 다름 아닌 나 자신 안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원 제목대로 ‘네가 바로 그것’이라는 깨달음이다.(265p)
캠벨에 의하면 “신화의 역동적이고 은유적인 언어가 전달하는 경험, 내지는 깨달음이란 모든 개체적 존재의 내밀하고도 깊숙한 곳에 있는 내적인 불꽃이 결국은 만물의 근원이지 신으로서의 궁극적 존재와 하나라는 것이며, 종교적 수련의 중요한 과제는 내 안에 있는 신성을 발견하는 것이다.”(277p)
캠벨은 우리 자신 안에 신화적 코드가 고유하게 내장되어 있다고 한다.(281p)
신화와 종교의 상징과 에너지는 인류 공통의 상상력의 원천으로부터 흘러나와서 스스로를 표현한다.(11P)
“근원적 자아는 현실 속에서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생명으로 활동한다. 신화에 나타나는 은유들은 바로 이 근원적 자아에 대한 직관으로부터 나온 표징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의례화된 표현들을 통해서, 교훈적인 이야기들과 기도, 명상, 연례 축제 등을 통해서 근원적인 자아가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해당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로 모여 마음으로 감성으로 근원적 자아를 알게 되고, 이에 따라 살게 된다.”(11P)
2015년 출판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까닭은 우주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간의 역사를 거대사(빅히스토리)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인간 역사를 이끈 정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유발 하라리나 조셉 캠벨은 그 근원을 ‘인류 공통의 상상력’에 두고 있으며 신화의 은유를 이해할 때 우리는 그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신화의 근원이 현실 속의 구체적인 생명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하라리와 캠벨은 이야기합니다. 나의 신화를 이해할 때, 나라는 생명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과학 문명의 시대에서 우주 문명의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 게놈 코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신화적 코드를 찾아야만 합니다. <경주, 그 신화를 찾아서>를 통해 우리의 신화를 이해하고 생명을 깨닫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