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Oct 16. 2023

그냥 해, 제발!

just do it!!

세상에는 좋아하는 것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또 그것을 고생스러워하지 않고 즐기는 사람이 많다. 특히나 생소한 분야거나 전문적인 분야는 더더욱 그렇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자기가 공부하고자 해서 하는 지식의 즐거움은 정말이지 참되다. 


아이와 함께 종합자료실에서 기차책을 찾아냈는데, 제목부터가 대단하다. 


지하철 덕후의 지하철 탐구리포트


아이는 주저앉아 그 자리에서 책을 묵독하기 시작했다. 독서의 방법을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이런 책은 낭독보다 묵독, 수준이 되지 않으므로 속독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듯 하다.


고개를 숙이면서 보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저기 앉아서 보라고 도서관 소파도 안내해줬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집중해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도 책장 하나하나를 넘나들며 내 책을 고른다.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를 기르면서 온갖 기차 유투브, 기차 서적 등을 공부했는데(그러면서 아이는 즐겼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바로 글쓰기의 중요성이었다.


아이처럼 순수하게 자기의 지식을 늘려가고 확장해가는 것은 물론 의미있다. 그러나 나 혼자 좋아하고 나 혼자 즐겨봤자 아무런 결과가 없다. 지식은 나눌수록 배가 되고, 함께 할수록 즐겁다. 아이는 기차를 좋아하지만, 실제로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엄마아빠와 기차에 대해서 나누는 퀴즈이고, 실제 기차를 타면서 쌓은 경험이다. 


아이가 도서관에서 보고 있는 책들은 기차 전문 서적이다.

"수인선협궤열차의 기억"


나는 기차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아이 덕에 과거에 신분당선이나 수인분당선이 지금처럼 연장되지 않았던 시절의 지식과 경험을 읽는다. 그러면서 이들이 쌓이고 모이고 뭉쳐 새로운 지하철 노선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들어 수익과 업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다.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보다는 적어도 잘하는 일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익창출을 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한번의 기회가 왔었다. 

웹소설을 쓸 수 있게 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플랫폼의 하락세로 계약은 유야무야 흐지부지 되었다. 한 번의 좌절. 무수히 많고 많은 좌절 중에 딱 한 번의 좌절이었는데, 작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뭘 해낸 것도 아님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지고, 그저 잠을 자고만 싶은 시기.


처음에는 글쓰는 게 즐거웠고, 글을 쓰다보니 생각도 정리되고, 내가 쓴 글에 내가 치유되기도 하는 에세이도 좋았지만, 특히나 내 망상에 가까운 상상들이 글자로 환원될 때 가장 즐거웠다. 하지만 마감에 쫓겨 즐기지 못할 때도 있었고 그냥 단순하게 글자를 써내려 간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 안에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겨우 소설로서 풀어냈었다. 보여주고 싶은 독자도 있었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독자도 있었지만 어쨌건 처음 오픈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나도 이제 이야기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해서 설레기도 했다.


그게 엎어지다니.




그러다보니 오히려 수익창출이라는 목적이 전도되어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울 때가 있었다. 어떤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갖추어야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챌린지라도 하나씩 깨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저런 작고 짧은 생각이 나를 오히려 어떤 글도 못쓰게 했다. 


그러다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됐다. 


아무런 목적 없이 좋아했고, 사랑했던 것들은 어째서 어떤 목적이 생기면 수단화되어 버리는 것일까. 


혼자 그런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읽히기 위함이고, 누군가에게 내 안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함인데, 어떠한 독자에게도 읽히지 않는 이야기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가 읽히고 싶은 것은 나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나의 이야기를 통한 나일까. 그 답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아이가 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썼을 저 책의 어린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용기가 내게 답을 주었다.

아이의 즐거움을 보고 나는 결심했다. 

그냥 하기로.

비록 저 책처럼 도서관에 실릴 수도 없고, 심지어 누군가 봐주는 사람이 없어 비록 내 유품으로 관짝에 함께 들어가게 되더라도.(이럴 경우 제발 하드를 불태워줘~!!!!!라고 하겠지) 잘해봤자 어디의 유폐물로 남더라도.


나중에 침대에 누워 내 인생을 회고 할 때 

우물쭈물 하다가 이럴 줄 알았지, 라고 회고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트 심슨의 명대사 어찌나 대단했는지처럼.(심슨 팬같네... 짤들이 어찌나 명확한지.)

나도 젊은 날들을, 욕심과 열정에 불타던 날들을 

더 이상 어리석다고 표현하지 않고, 참으로 대단했다고 표현할 수 있기를.

날마다 날마다 걷는 하루의 소중함이 허전함이나 허무함이 아닌 꾸준함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냥 해버려야겠다.

가을 바람이 코끝에 스치우거든.

매거진의 이전글 착하게 살면 바보라고 좀 하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