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30일 에세이 스물여섯 번째.
이제껏 나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을 돌이켜보니 두 가지로 압축되었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예민하다. 10대와 20대에는 감정의 널뛰기가 심각했던 나머지, 칭찬 한마디에 기분이 우주로 치솟다가도 누군가 비난이라도 하는 것 같을 땐 화장실에서 내내 울었다. 진상이었다. 하루의 기분은 심각히 ‘타인-의존적’이었고, 심지어 누가 쳐다보기만 해도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잠이 들기 전엔 현관문과 가스 밸브가 잘 잠겼는지 몇 번이고 확인을 해야 잠들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건 예민한 감정을 떠나 정신과적 문제로 치닫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속박과 굴레를 벗어나려면 감정의 제어가 시급했다. 나도 사계절의 변화 같은 다양한 감정을 맑게 느끼며 살고 싶었다. 외부의 자극을 선량하게 받아들이려면 내 감정부터 돌아봐야 했다. 나를 지배하는 대부분의 감정은 무엇이고, 왜 이런 것일까. 이런 나를 바꾸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고,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는가.
감정은 너무나 다루기 힘든 유리 같아서 조금이라도 비틀거리면 떨어져 깨져버리기 일쑤였다. 나는 깨진 유리를 버리고,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방탄유리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붙여봤자 처음부터 얇은 유리알로 태어난 것이 또다시 위태로울 게 뻔했다. 우선은 무작정 종이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동경하는 삶을 사는 남들이 부러워서. 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지 않아서. 거기에 갈대같이 흔들리는 내가 싫어서.’ 참 유치했다. 지금 나의 감정 상태가 벼랑 끝이 아니라면, 이 정도는 마음을 달리 먹는 연습을 꾸준히 해 충분히 바꿀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가장 먼저 다른 이를 기웃거리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하기로 했다. 할 수 있는 게 많은 아주머니를 꿈꾸며 마인드맵을 그려나갔고, 작은 성취를 반복하며 자존감을 다져나갔다. 사실 방탄유리 만들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튕겨내면서 열심히 꿈틀거리기 시작한 나의 감정이 잘 들여다보이도록, 나는 여전히 한껏 투명하고 견고한 방탄유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