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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어당 Feb 08. 2021

홍어

삭힘과 썩힘의 경계! 익숙한 것인가? 낯선 것인가?

  홍어를 대표로 하는 삭힌 음식들이 요즘 인기이다.

  국어사전에는 “삭히다”의 뜻은 “발효시켜 맛이 들게 하다”로 풀이되어 있다. 그렇다면 삭힘과 썩힘에 차이는 무엇일까? 초등 4학년 원이가 아침을 먹으며 내게 던진 질문에 답을 찾아본다.


  음식을 섭취하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먼저 날것 그대로를 먹는 생식. 불에 익혀먹는 화식으로 대표되고 이는 또 다양한 조리 방식으로 변화되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다. 그렇다면 삭힌 즉 부패된 음식은 왜 먹게 되었을까?


  인류는 불을 이용하여 음식을 익혀먹기 이전에는 대부분 생식을 하였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약간은 변질된 것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의 변질은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부패 과정에서 박테리아 등의 세균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은 성분이 변질되어 식중독 등을 유발하는데 특히 육류의 변질은  원시 인류가 처한 위험 중 하나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부패를 구별해야 했다. 그중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각이 아닌 후각에 있었다. 평소 익숙하지 않던 냄새는 이 위험의 경고이다. 멀리에서도 이 부패의 냄새를 구별할 수도 있었고 이를 피하는 것으로 초기 인류는 위험과 안전을 하나하나 구별해 나아갔다.


  보통 음식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면 부패한 것으로 생각되어 먹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삭힌 음식들은 이 특유의 악취를 고유한 풍미로 받아들여지게 하여 더욱 미각을 자극하여 식욕을 돋게 한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냄새는 특정한 기억을 불러낸다. 맡았던 순간의 기억과 감정 등을 다시 되새기게 만든다. 과연 이 냄새를 어느 집단은 삭힘으로 누구는 썩힘으로 받아들이는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먼저 냄새에 대한 혐오 원인을 찾아보자.

  살아있던 생물이 죽어서 생체 징후가 사라지면 그 개체는 빠른 속도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자연적으로 산화되어간다. 이 대사로 인하여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의 성분이 변하는 것을 부패라 한다. 이 부패를 나누어 보면 단백질은 부패(putrefaction)되고 지방은 산패(rancidity)되며 탄수화물과 그 외 성분들은 변패(deterioration)한다.

  복합적 부패하는 과정에서 아민, 황화수소,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등이 악취의 주요 요인 생성되며 , 이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부패가 시작되었다는 징후이고 이를 섭취하게 되면 식중독 등을 유발하기에 위험하다는 생물학적 신호이기도 해서 대부분의 동물은 후각 기억의 작용을 통해 죽음의 공포로 인식하게 되어 기피하고 먹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공포의 신호인 이 냄새에 미각을 자극받게 되었는가?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문화적 이유로  살펴보자. 문화는 인간 개인에게도 집단에서도 나타나는 인간만이 가진 특질이다. 즉 인간의 행동의 양상은 본능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의 상존과 충돌의 과정이다. 본능은 위험을 감지하고 문화는 위험을 회피한다. 그렇다면 이 많은 부패한 삭힌 음식들은 어떻게 우리에게 가까이 왔을까? 누구는 먹고 누구는 안 먹는 불호와 호는 본능적 회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섭취할 때 위험을 느끼게 되면 본능적으로 기피하며 이를 먹는 않는 것이다.  


  삭힘과 썩힘의 차이는 문화에서 온다. 즉 먹느냐 먹지 않느냐의 차이는 그 집단의 공통적 경험의 산물이며 이는 전통적인 집단 경험의 축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어느 문화권이던 발효된 음식을 찾아볼 수 있고 그 발효음식은 대부분은 강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 이 냄새의 원인은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거나 요소나 요산 등이 암모니아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가스의 고유한 냄새 분자이다. 이 역한 냄새의 삭힌 음식은 대부분 문화권 여러 집단에 존재한다.


  한국의 홍어, 스웨덴의 청어 통조림 스루 스트뢰밍 Surströmming), 일본의 생선 쿠사야(くさや), 중국의 두부 취두부(臭豆腐), 아이슬란드의 상어 하칼(Hakarl), 그린란드의 쇠오리 키비 약(Kiviak) 등이 각 문화권의 대표적인 발효 음식이다. 그렇다면 단지 문화적 요소에 의해서만 혐오 음식 섭취의 이유가 일까? 아니다. 이 삭힘 음식을 먹을 때는 위험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득이 있다.

   미생물 의해 분해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은 각종 영양소는 불에 음식을 익힌 것처럼 이미 작게 분해되어 부드러워 소화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덜 소비하고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더 빨리 섭취할 수 있고, 생으로 먹으면 소화가 안되거나 탈이 나는 것도 이 삭힘의 과정을 지나면 무탈했기에 삭힌 음식의 선호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홍어는 전라남도 서남권 사람들의 특산음식이지만 이제는 별미로 통하며 먹지 않았던 한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맛볼 수 있고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고 있으며 이제는 홍어음식 전문점도 등장했다.

  홍어를 먹는 것에 대한 기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대부분은 유통의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삭힌 것을 우연히 섭취하게 되었고 이후 자연스럽게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상해보자. 역사의 어느 시점에 이름 모를 누군가가 부패해 냄새가 심하게 나는 홍어를 무슨 이유에서 건 정말 우연하게 먹게 되었는데 역겨웠지만, 아무런 탈이 없어 사람들에게 권하였더니 몇몇이 먹게 되었고 이후 이 특이한 냄새나는 음식을 즐기는 자와 즐기지 않는 자로 나누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즐기자는 사람들은 역겨움을 이겨냈다는 그들 만의 동질성이 생겼을 것이고 먹지 못하는 사람과 구별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홍어의 후각 기억에 의해 또 하나의 정체성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렇다 전라도 음식 홍어 또한 먹는 이와 먹지 않는 이를 구분하여 어른과 아이로 구별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홍어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대중화되기 전 전남의 잔치집에는 그러한 구분이 분명히 있었다. 아이가 먹기에는 힘든 음식이며 어른이 되어야 먹는 음식이란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었고 홍어를 함께 먹는 이들은 분명 이 강하고 불유쾌한 냄새를 통한 보다 강한 연대의식을 가질 수 있었으며 함께 먹는 행위를 통해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하게 되고 후각 기억을 통해 그 집단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혼인이나 이사로 온 타지 사람이 삭힌 홍어를 잘 먹게 되면 “오메 이쟈 전라도 사람 다 되버렸네!” 하며 인정해주는 것도 이런 행위 중 하나이다. 즉 후각 기억을 통한 통과의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여럿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냄새나는 홍어를 먹었다는 것은 단순히 역겨움을 이겨낸 것이 아니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하나의 통합된 기억을 갖는 것이다.


  “전라도 잔치에 홍어가 빠지면 잔치가 아니다” “전라도 사람 치고 홍어 싫어하는 사람 없다” 등의 말에서 처럼 한 지방의 대표적 음식을 먹는 사람과 먹지 못하는 사람으로 구별 짓고 함께 먹었던 집단 구성원들은 먹는 행위를 통해 그 집단의 정체성을 가지게 하는 상징적 음식인 것이다.

  이렇게 냄새나고 부패한 음식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특정 지역이나 나라를 대표하는 이색음식 정도로 인식되지만, 이 부패한 음식이 가진 상징은 누군가와 나와 우리를 구별하고 이를 통해 집단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것이다.  

  따라서 잔치 음식 중 홍어는 전라도 서남부 사람들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동질성을 확인하는 수단이다. 홍어는 전남 서남부의 생산물이고 홍어를 먹는 것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이들의 정체성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어가 대중화되어 가는 현재도 먹는 사람은 대부분 전라남도 사람들이며 산업화 이후 이들을 이주를 통해 다른 시도에 정착하며 다른 지역 출신들도 먹게 되는 문화전이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들에게 까지 전파되어 세계적으로 냄새나는 음식 중 으뜸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그 냄새 때문에 먹기 힘들었지만, 먹어보니 먹을만했고 그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홍어의 맛을 찾게 한다는 이야기를 지금은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렇듯 먹고 안 먹고의 차이를 내는 부패를 기피하는 본능을 누르는 요인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에 답은 분명하게 개인 간의 또는 집단 간의 익숙 것과 낯선 것의 차이에 대한 선택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개인적인 특별한 경험이 적은 집단의 경험으로 점차 시간의 무게를 쌓아가면서 익숙한가? 낯선가?를 구분하면서 하나의 특질로 굳어져 특정 지역의 음식 문화가 된 것이다.


이렇게 문화가 된 홍어는 이제는 필요에 의해 선호되고 오랜 시간을 통해 의미가 달라졌지만, 너와 나를 구별하는 음식으로 활용되고, 또한 이중적으로 너와 나를 하나로 묶는 매개체도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각 지역의 특색, 이색 음식은 문화의 일부이며 너와 나를 구별 짓는 그 문화의 전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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