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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어당 Feb 17. 2021

소주! 순수 알콜의 향기

섞어야 제맛! 희석주의 운명

소주는 증류주로 우리나라의 대표 술이다.

만드는 방법은 발효 미곡주 즉 쌀로 청주를 만들어 이를 소주고리라는 증류기를 통해 얻은 맑은 결정체를 말한다. 도수는 증류 초기에는 70도 정도로 높고 나중에 갈수록 낮아지는데 평균 40도 이상으로 독주에 속한다. 예전에는 비싸서 양반들이 즐기는 술이었고, 현대에 와서는 매우 싸져서 대중들이 즐기는 우리나라 대표 술이 되었다. 소주의 이름은 각 지방별로 달리 불렸는데 개성 아락주, 평북 아랑주, 진주 쇠주, 하동 아랑주, 경북 아래기, 전남 효주 등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소주는 쌀을 발효시켜 밑술을 만들고 증류를 통해 얻어지기 때문에 기술이 필요하다.  많은 양의 밑술을 증류하여 얻은 농축 알콜이라서 다른 문화권에서도 증류주를 즐긴다. 알콜 증류법은 아라비아에서 전해 온 기술이라고들 하는데 이제는 세계 각국에서 고순도의 알콜을 얻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현재의 소주 생산방식은 대량생산 체제로 예전 솥 하나에 밑술을 넣고 한 번만 증류하던 단식 증류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은 연속 증류법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특히 원료가 쌀이나 보리, 밀가루에서 전분질이 많은 타피오카, 고구마 구근식물의 전분 원료와 사탕무, 사탕수수, 당밀 등의 당질 원료를 발효시켜서 연속 증류하여 높은 순도의 주정을 만든다. 우리가 마시는 소주에 사용하는 주정은 전분질을 사용하여 만들어낸다.

주정은 무색, 무취, 무미의 순수 95도 이상의 순수 알콜 일컫는다. 이렇게 생산된 주정은 다양한 용로도 사용되는데, 소주, 청주, 위스키, 리큐류나, 일반증류주를 만들기도 하고, 각종 가공식품의 첨가물로 쓰이며, 식품류의 정제 및 농축 과정에도 사용되고, 살균력이 뛰어나 세척, 살균, 소독 등 의료용으로도 사용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주정은 물을 섞어 적당한 도수를 만들고 여기에 각종 감미료를 첨가하여 대중이 즐겨 마시는 소주를 만들어낸다. 옛날의 소주는 증류주였지만, 지금 우리가 시중에서 마시는 브랜드 공장 생산 소주는 주정과 물을 섞은 희석주이다.

이 희석주 소주의 유래는 일본제국이 우리를 강제로 점령하여 식민지로 삼아 빼앗아 갈 쌀의 소비를 줄여 수탈해 갈 미곡을 늘리기 위해 막걸리나 소주 등 한민족이 전통적으로 가정에서 만들어 마시던 술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주세법(1909년)과 주세령(1916년) 의한 밀주 금지령을 통해 본격 등장했다.
가정에서 만들던 술을 공장에서 만들게 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주세법을 통해 세수를 늘리고 미곡 소비를 줄여 더 많은 쌀을 빼앗아 가는 이중 효과를 거뒀고 이는 일본으로 공출할 식량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되어 우리 민족의 삶을 더욱 고단하고 피폐하게 만들었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금주령을 내려 술의 주조를 막기도 했지만, 이는 조선의 민중들의 배고픔을 덜하고자 한 측면이었다.
 
주세법은 집에서 만들던 가양주 형태의 술에서 공장 제조 대량생산체제로 변화하게 되었다. 연속 증류법에 의한 값싼 주정 생산하여 쌀을 사용을 줄이고 잡곡 및 고구마 등 구근을 원료로 하여 순수 주정을 만드니 술의 풍미는 없고 역한 알콜 향과 강한 자극만 남아 당분 등 각종 감미료 등을 첨가하여 이를 감추고 판매하며 대량으로 희석식 소주를 보급하게 되었고 생산방식이 어렵지 않으니 우후죽순처럼 많은 희석식 소주공장이 난립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오랜 시간 동안 각 가정에서 만들던 개성 있고 풍미와 역사가 있는 우리 전통 술들은 자취를 감추고 밀주라는 오명을 쓰고 몰래 만들어지며 명맥을 이어왔다.

1945년 해방 후에도 일제의 주세법은 유지되어 희석식 공장 소주가 더욱 번성했고  1948년 양곡관리법이 제정된 후 1965년 전면 개정된 이 법은 순곡주의 제조를 금하고 밀가루, 고구마 등을 이용하여 술들 만들어야 했고 따라서 증류식 소주 제조가 중단되고 심지어 막걸리조차 밀가루로 만들게 되었다. 이때를 계기로 수입한 주정에 물과 감미료만 섞어 파는 소주가 더욱 번성하게 되었다. 1973년 정부는 소주업체의 난립으로 유통질서가 문란해졌다는 이유를 들어 전국을 통합하여 공동판매제를 실시하고 국세청은 1도 1사 원칙을 도입하여 소주 제조업체 통폐합을 실시하였다.

현재 우리 마시는 소주는 주정 생산, 소주 희석,  판매로 총 3단계로 이루어진다. 1차로 주정만을 제조하는 업체 9곳으로 창해에탄올, 진로발효, 일산실업, 서영주정, 풍국주정공업, MH에탄올, 한국알콜산업, 롯데칠성음료, 서안주정 등 있고  2차로 이 주정회사들이 생산한 주정을 일괄 매입하여 소주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대한주정 판매가 총 10개의 소주 제조공장에 주정을 공급하고 3차로 소주 제조 공장 10곳에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소주를 제조 판매하는데 서울 경기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경남은 무학, 대구는 금복주, 전남은 보해, 대전은 더맥키스 컴퍼니, 부산은 대선, 충북은 충북 제주는 한라산과 제주소주 등이 희석식 소주 제조를 하며 각기 다른 첨가물을 사용하여 서로 좋은 소주라 광고하지만, 그저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었을 뿐이니 큰 차이는 없다.

소주의 도수 또한 세월에 따라 변화했다. 증류식 소주를 가정에서 만들 때는 일정하지는 않지만 40도 이상의 독주였고, 일제강점기 이후 공장 제조 소주는 1924년 기록에 35도 정도였으며, 1965년 30도 1993년 25도 1995년 23도 현재는 16.9도까지 알콜순도가 점점 내려왔다. 예전에는 35도 소주를 한 병 마시고 취했다면 이제는 두병 반을 마셔야 취할 양이 되버렸다. 소주 가격은 오르고 알콜도수는 내려가는 기현상을 만들어 낸 것은 분명 소비자인 주당들이 아니라 소주 제조회사들의 마케팅인 것만은 분명하다. 소주회사들의 마케팅은 이뿐만 아니고 소주 용량을 소주잔 7잔 반 정도로 만들어 마지막 술을 상대에게 따르다 보면 부족하여 다시 한 병을 시킬 수밖에 없게도 만들었다. 요즘은 소주 도수가 내려가면서 높은 도수 알콜 쓴 맛과 목 넘김을 싫어하던 사람들까지 순한 소주를 마시게 되어 판매량은 더욱 늘었다.

현재에 와서는 소주는 세계에서도 유명한 술이 되었다. 어느 기관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술이 우리가 마시는 소주라는 발표도 있었고 순위 6위 안에 소주가 2개 이상이니 2위인 보드카에 비해도 격차가 완연하다.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문화권에서 고순도의  알콜 마시지만 우리처럼 순수 알콜 즉 주정을 물에 섞어 마시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세계의 증류주의 종류를 보면 우리가 마시는 소주는 전분, 중국의 백주는 보리/밀/수수 등, 영국의 위스키는 몰트 보리, 그레인 옥수수 밀, 진은 밀/보리 노간주 열매 등이고 프랑스 코냑 포도주, 압생트 쑥/스타아니스, 카리브해의 럼은 사탕수수, 멕시코의 데킬라 용설란, 러시아의 보드카는 감자/보리/밀 등, 리큐어는 모든 증류주 향 더하기 것이다. 이중 무색무취한 술은 대표적으로 소주와 보드카이다. 소주는 연속 증류법에 의해 순수 알콜에 물을 섞으니 순수 알콜 향이고, 보드카는 증류 후 자작나무 숯에 정류하여 잡 냄새를 모두 걸러내니 순수 알콜향이다.


이 알콜향은 처음 접하면 매우 자극적이다.

마실 때 특히 목을 타고 넘어갈 때 혀에 쓴맛과 목에 타고 내려가는 뜨거운 기운 그리고 코를 타고 넘어오는 역함은 처음 접한 사람에게 상당한 공포를 유발한다.

먼가 화화적으로 잘못된 액체가 몸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현재의 소주는 산업화 시기에 고된 노동으로 지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회포를 풀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사회구조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노동시간이 길어졌지만 이에 상응하는 임금과 휴식은 상상할 수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던 때에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경제활동을 하며 술을 마실 때는 요기를 겸했기에 알콜 순도가 낮고 배를 채울 수 있는 값싼 저주도의 막걸리가 어울렸고, 산업사회에서는 음주가 사고를 유발하기에 일할 때는 마시기 어려워 일과가 끝난 후 술을 마셨고 내일도 일이 있기에 적은 양으로 빨리 취하는 더 값싼 소주가 제격이었다.  특히 일제강점기부터 익숙해진 희석식 소주는 안주의 제한이 없어 소금 한 꼬집에도 한 병을 비워낼 수 있었다.


또한 술을 마시는 게 아니고 먹는 우리 민족에게는 독주인 소주 또한 예외는 아니다. 알콜 소비량 세계 몇 위가 의미 없다. 작은 핑계 갖은 이유로 주당들은 모였고 다량의 음주는 반드시 작은 소란을 동반했다. 술집 골목에는 언제나 고성이 오갔고, 노래방이 없던 시절, 젓가락을 두들기며 소주병 숟가락 마이크로 한 자락을 뽑아냈다.

2000년대에 들어 소주를 맥주에 섞여마시는 주법이 유행한다.

처음에는 맥주잔에 소주 한잔을 넣고 맥주를 잔 가득 채워 마시며 호기를 부렸다, 소주보다는 마시기 부드럽고 탄산의 청량함에 더욱 빨리 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맥의 등장은 여러 설이 있지만, 그보다 먼저는 양주 폭탄주이다. 우리 경제가 급성장하여 고급술 수입양주인 위스키가 등장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주로 군부, 정치계, 검찰, 언론 등 권력층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 이유가 술 마실 시간은 적고 술은 빨리 취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이후 서울 고급 룸살롱에서 전파된 폭탄주는 다양한 방법으로 제조되며 거기에 포퍼먼스까지 더해져 정말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폭탄주의 종류는 회오리주, 타이타닉 주, 골프주, 금테주, 쌍끌이주, 껄떡주, 폭포 주, 샤워 주, 충성주(박치기 주) 성화 봉송주, 고진감래주 등이 만들어지며 여흥을 더했고 이보다 더 많은 폭탄주가 존재했고 9시 저녁뉴스에 등장하기까지 했다

소주 폭탄주는 점심과 저녁 가벼운 술자리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계 등에서 점심 식사자리에서 양폭보다 가벼운 소폭으로 인사와 친목을 다지는데 많이 이용되었다. 소주와 섞는 술은 다양했는데 소주와 맥주 소맥, 소주와 백세주를 섞는 오십세주, 소주 백세주 산사춘 맥주를 함께한 소백산맥 등이 있었고 이후 칵테일처럼 오이나 레몬, 체리향을 섞거나 사이다나 콜라를 섞어 마시기도 했지만, 지금껏 가장 인기는 소주와 맥주 조합이다.  

소주의 운명인가 보다.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마셔왔던 소주가 일제의 수탈에서 시작된 희석주로 변하여,

아무런 풍미가 없는 그저 독주였기에 물과 각종 감미료를 섞고 마셨고,

이제는 맥주까지 섞어 마시게 되는 혼종의 술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술은 제마다 각각 풍미가 있다. 우리 술 소주도 풍미가 있었다.

이제는 전통 소주란 이름으로 지역에서 조금 소비되는 특산품이 되었지만,

소주를 내리던 불 향과 어우러진 그 고장의 향과 맛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공장에서 생산된 희석식 소주를 마시느라 이것저것 섞어가며 고생한다.

우리의 삶처럼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다시 하나로 섞이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소주를 마시며 함께 하던 사람들의 정과 세상에 대한 울분과 희망은 섞이지 않고 소주란 이름처럼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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