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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Nov 22. 2022

몸에 좋다는 사과가 독이었다니!

이제는 덜 과민하게 살고 있습니다-4화

회사에서 고비는 보통 오후에 찾아왔다. 오전에 컨디션이 좋았다해도 오후에 갑자기 나빠지는 게 예사다. 만약 오전부터 안 좋으면 오후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일종의 예기불안이 생겼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가 무사하기를 빌었다. 회사만 다녔다 하면 살 얼음 판 위를 걷는 기분으로 지낸 지 10년도 더 지난 무렵, 그토록 바라던 소망이 불현듯 이루어졌다.


어느 오후, 이때쯤이면 속이 불편해질 만한데 기적처럼 아무렇지가 않았다. 처음 겪는 편안함이었다. 오늘은 증상이 늦게 나타나려는 건가 했는데 퇴근할 때까지도 별 일이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이렇게 속이 편안한 날은 더욱이 이유를 꼭 찾고 싶다. 무엇 덕분인지 어째서 속이 편안한지를 말이다. 머릿속으로 어제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려보았다.


간밤에 잠을 푹 자서?  아침에 보리차를 마셔서? 아니면 오랜만에 먹은 영양제 덕분에? 별의별 전후관계를 다 따져봐도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날이 있는데, 이 날은 심증과 물증이 너무나 분명했다. 그건 바로 식후에 마신 양파즙이었다.



다리 혈액순환에 좋을 것 같아서 마신 건데 생각지 않게 장까지 편안하게 해 준다고? 흔하디 흔한 양파가 이렇게나 신통한 음식이었나?!

나는 그날로 양파즙을 넉넉하게 샀다. 이후에는 박스 단위로 구매했다.


처음에 낯설던 양파 냄새는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매운맛은 없어지고 달달함만 남은 액체는 마실만 했다. 찾아보니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공복 때보다는 식후 20~30분 후가 좋단다. 효과를 높이는 게 좋겠다 싶어 가능하면 식후에 시간을 두고 마셨다.


남들과 같은 음식을 비슷하게 먹어도 소화 속도가 더딘 편이었던 경험에 비추어서 양파즙을 먹고 속이 편해진 이유를 추측해보았다. 혈액순환과 소화에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양파즙으로 순환이 좋아지니 소화도 원활해진 게 아닐까.


처음에는 120ml 한팩을 먹다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2~3팩을 마셨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매일 챙겨 먹는다고 하면 어떤 음식이든 한 가지를 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일을 그만두지 않으려면, 증상을 없애고 무탈하게 일할 수만 있다면 부작용쯤은 뒤에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나는 그저 양파즙의 효능이 고맙기만 했다.


얼마나 먹었을까. 증상이 줄어들어 편안한 날이 하루씩 하루씩 점차 늘어갔다. 장이 편안한 경험은 위축되어 있던 마음에 자신감을 주었다. 오후가 되면 체력이 고갈되던 전과 달리 체력도 점차 좋아져 피곤이 덜 했다. 회사에서 일이 할 만해지는 날이 생겼다. 그때 '평균적인 체력'이라는 걸 처음 느껴봤다. 사람들은 평소에 이 정도 느낌의 컨디션으로 일하겠구나, 하는 게 가늠이 됐다. 이런 몸상태가 매일 유지된다면 나도 남들처럼 무던하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아 보였다.


내 삶에 한 줄기 빛이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1년이 넘게 즙을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는 더는 효력이 보이지 않았다. 먹었을 때와 먹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줄면서 굳이 먹을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자연스럽게 양을 줄이다가 중단을 했다. 증상이 완전히 깨끗하게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즙이 없어도 될 만큼 증상이 줄고 컨디션이 좋아졌다.


이것만으로도 내게는 커다란 변화였다. 일을 할 때 지장을 적게 받게 되자 행복했다. 이후로는 식단 관리에 꾸준히 신경을 썼다. 비슷한 시기에 한의원에서 받은 체질 검사가 식단 관리에 효과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사람의 체질은 8가지로 나눌 수 있고 각 체질마다 유익한 음식과 해로운 음식이 있다고 했다. 검사 후 체질 식단표를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믿기가 어려웠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 가운데 먹지 말라고 하는 게 많았기 때문이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한동안 꾸준히 챙겨 먹은 닭고기, 좋다고 해서 먹어왔던 현미밥, 아침에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사과까지도!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평소 좋아하거나 몸에 좋다고 해서 일부러 챙겨 먹었는데 오히려 안 먹느니만 못했다니. 가공식품도 아닌 천연 식품이 몸에 해로울 수 있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이후 체질식 목록을 궁금할 때마다 들여다보면서 눈에 익혔다. 해로운 음식을 먹은 날에 체질 검사 결과가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걸 온몸으로 겪으면서 신기하기도 했다. 몸에 좋은 천연재료들로만 식사를 했는데도 이상하게 속이 부대껴서 힘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그동안의 의문이 스르륵 풀렸다. 이후 체질식 목록이 몸에 편안한 음식과 최악의 음식을 가려내는 데 큰 지침이 돼주었다.  


몸이 편안해지자 일상에 선순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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