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여성님들, 우리 잠깐이라도 도어락 꼭 하자고요

by 정원

삶이 나를 잡고 세차게 흔드는 것 같다. 요 근래에 벌어지는 일들이 그렇다. 비가 추척추적 내리는 저녁 나는 동네에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끈 뒤 짐을 챙겼다. 그때였다. 누군가 조수석과 그 뒷좌석으로 다가왔다. 밖이 어둡기도 하고 빗방울이 창문에 맺혀 빛에 반사되는 통에 제대로 얼굴을 보기 어려웠는데, 얼핏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두 남성이었다. 그들이 각각 내 차 문 앞에 서더니 손잡이를 당겼다. 나는 이제 막 주차를 마친 상태였다. 인근에서 누군가의 픽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도 내 차가 이제 막 시동을 껐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이게 뭐 하는 짓들이지???


차 문을 열어달라고 노크를 하던지 잠깐 안을 확인하려 했다면 혹시, 다른 차량이라고 착각하는 경우의 수를 헤아려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두 번 세 번 차 문을 열려고 했다. 내가 안 보이는 모양인데 저 놈들이 뭐 하는 거야 지금? 주인이 여기 이렇게 떡하니 앉아있는데??!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욧 !!!!


내가 빽 소리를 질렀다. 시원하게 내지른 고함이 창문도 문도 닫힌 차 바깥으로 우렁차게 뻗어나간 모양이다. 그들이 "엇.. 어... 죄송합니다...." 하며 뒤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씩씩 대면서도 내리는 건 무서워서 못하고 몸을 돌려 그들의 뒤를 쏘아보았다. 이 차가 아닌 가보다, 저 차인가 보다 얼핏 그런 말이 작게 들린 듯했다. 그들은 줄행랑이라도 치듯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가. 시동도 분명 꺼져 있었고, 내가 차를 세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몇 초만에 내 차로 다가왔다면 분명 내 차가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끈 게 보이는 거리에 있었다는 거잖아. 이게 무슨 짓거리인가.(밤이고 어둡고 인상착의가 잘 안 보이고. 한명도 아니고 둘씩이나. 이럼 여성입장에서는 ‘짓거리’일수밖에 없다)


10초 아니 20초쯤 되었을까. 나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차문을 열고 나가 발을 딛고 차 옆에 섰다. 이놈들 어디 갔어!! 라는 표정과 아우라를 내뿜으며 그 수상한 놈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존대는 어렵다. 이 순간 나에게는 놈들이었다 ) 간 것으로 보이는 방향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로 간 건지 다른 차에 탄 건지 알 수 없었다. 주변이 나무와 차들로 어두웠다.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바로 뒤에 있는 시동이 꺼져있는 차에 눈을 흘기기라도 해야겠어. 그 안에 사람이 탄 건지 안 탄 건지 모르겠다만 네놈들 거기 있다면 내가 지금 화가 잔뜩 난 거 제대로 봐라. 나 건드리면 가만 안 있어. 나 센 여자야. 나 기분 요즘 많이 안 좋거든!!


수상한 가능성이 있는 뒷 차의 번호판을 두 번, 세 번 쏘아보았다. 저 숫자 네 자리, 로고, 색상 그리고 SUV. 한동안 기억해 두어야지. 당분간 낮이든 밤이든 주변을 잘 살피고 다녀야지. 세상 참 별 희한한 경우가 다 있네. 진짜 차 문 잠그는 습관 계속 유지하길 잘했다. 진짜 잘했다. 차 문 안 잠갔으면 그 사람들 탔을 거잖아. 무슨 의도였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아까야 다른 차로 착각한 듯이 죄송하다고 갔지만, 혹시 둘 다 차 문을 열었다면 태도가 달라졌을지 누가 아나!


나는 운전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주차 후 시동을 끈 후 해제된 도어락을 다시 꼭 잠근다. 차 문이란 건 한 개 빼고 나머지 3개는 내가 다 컨트롤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리고 그 나머지 한 개는 더더욱 내가 지켜야 한다. 나를 지켜줄 1순위 방패다.


경찰이라도 부를 걸 그랬나. 아저씨들! 거기 잠깐 서봐요. 뭐예요? 방금 남의 차 문은 왜 열려고 한 거예요? 말씀을 해보세요. 말 안 하면 지금 당장 경찰 부를 거예요.라고?


조금 전 소리를 지를 때 내 마음 속 공포가 고함과 함께 몸에서 빠져나와 공기 중으로 흩어졌나보다. 자동으로 터져 나온 고함에 속이 시원한 듯도 하고 아까보다 겁도 없어진 것 같다. 이런 일은 다시없는 게 좋겠으나 대차게 대응할 방법을 생각해 두는 건 쓸모 있는 태도다. 챗지피티에게 물어보니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경적은 울린다고 한다. 조용해 보이는 차 안에서 경적소리를 번쩍 내주는 것도 방법이겠다.


세상의 운전하는 모든 여성님들, 우리 시동 끄고 아주 잠깐이어도 도어락 꼭 하도록 합시다. 누군가 내 차를 다른 차로 착각하든 아니든 일단 잠그고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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