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둘째주
주간 상식 - 늘 먹음, 또는 그런 음식
옴팡지게 위병이 나서 먹은 게 별로없는 일주일.
다 비워내는 위장병을 일년에 꼭 한 번쯤 치르고 지나간다.
편도 한시간 반 지하철 출근길, 중간에 아무 역 화장실에서 다 쏟아내는 일이 일년에 1번, 많으면 2번쯤 있는데 결혼한 지금은 그정도 거리가 아니라 다행이라 해야겠다.
왜 그러는걸까?
3월 7일 일요일
어머님이 재워 주신 돼지갈비를 점심으로 한 판.
야채도, 고기도, 반찬도 많고 많다. 점점 식재료 관리가 안되기 시작한다.
저녁에는 리가토니면으로 토마토해물파스타. 리가토니는 몇 번 삶아보니 스파게티보다 좀 더 삶아야 하는구나, 알게 됐다.
3월 8일 월요일
훈제오리를 두 팩 샀었는데, 나머지 한 팩 뜯어서 저녁.
이걸 둘이 다 먹었는데, 이 때만 해도 신나게 먹었지...
마치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았던 것처럼 달걀순두부국을 같이 먹었었다.
3월 9일 화요일
새벽부터 느낌이 이상하다.
부글대고 울렁거리는 이상한 느낌을 안고 출근했다가 결국 병원행 이후 조퇴.
조퇴해서 먹은 달걀순두부국마저 다 토하고 힘겹게 잠에 들었다.
아무것도 안 먹고 하루종일 게우다 자기를 반복.
J가 약국약에, 죽에, 찜질팩에 추억의 동서보리차까지 풀세트로 사서 퇴근.
(우리 엄마보다 더 간호 잘해줌)
3월 10일 수요일
점심에도 죽을 먹고, 본죽 홍게죽으로 해결해 보는 저녁.
이날까지는 어디서 고기 냄새를 맡으면 토할것 같았다. 앞으로도 당분간 오리고기는 못 먹을 듯.
그 와중에 종가집 무말랭이 맛있다고 해서 사진에 나오게 찍어 봄.
유퀴즈도 요즘 챙겨 보는 프로그램. 내가 좋아하는 진기주 나와서 기운없지만 본방사수함.
3월 11일 목요일
또 홍게죽. 반찬을 조금씩 집어먹는 정도로 좋아지고 있었다.
간호 잘해준 J한테 고마우니까 - 원래 하려고 했던 쏘야랑 콩나물국을 끓여 뒀다.
프로젝트에서 나름 중요한 일의 1차 관문이 끝난 날, 이게 스트레스였을까? 그 정도는 아닌데.
3월 12일 금요일
재택. 혹시 모르니까 점심까지는 죽에 콩나물국을 먹었다.
국 끓일 때 청양고추 넣는 걸 사랑하는 편인데, 동물적인 생존본능인가 청양고추를 안 넣고 끓였더라.
양반죽은 뚜껑이 잘 안 까진다. ......기운없어 죽겠는데 잘 까지게 만들어 주세요.
금요일 재택은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모르겠고'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어요.
자기 주장 우기기 좋아하는 꼰대들이 회사에서 많이 하는 말 '모르겠고', 근데 나도 그 말 좋아해. (진심)
히아신스는 꽃이 지면 꽃대를 최대한 잘라 주세요. 이파리도 시들면 잘라주고 구근을 보관해야지.
저녁에는 밥을 먹기 시작.
수향미 누룽지향 호불호 엄청 갈리는데 '난 좋아할것 같아!' 호기롭게 샀는데 개인적으로 도저히 못 참겠어서 다른 쌀 주문함. (어느 집 애기는 햄스터 냄새 난다 그랬다는데 내가 그 냄새를 너무 잘 알아요 어릴때 햄스터 키워봐서 흑흑 아임쏘리 수향미...)
3월 13일 토요일
너~~~~~~~~~무 배고파서 잠을 청했고 너~~~~~무 배고파서 깼다.
혼자 고구마랑 단호박스프를 아침으로.
매생이떡국을 처음 끓여 봤다. 음.. 내가 좋아하는 비림은 아니지만 그 매력을 알 것 같다.
매생이떡국 소화 성공.
오후에, 영등포 롯데백화점에 또 갔다. 이불세트 재결제 때문에 갔는데 할많하않.
두통이 와서 유월커피에서 한 잔 했다.
이제 커피도 괜찮았다.
매대에서 갑자기 LAP 아우터 행사를 하길래 J가 뽐뿌넣어 주고 7만원에 득템해줬다.
이런 컬러 트렌치코트는 사본 적이 없어서 매우 만족. 가격도 만족.
드레시하고 타이트한 옷도 좋아하지만 이제 너도 알고 나도 알지. 그런 옷은 1년에 입을 일이 거의 없다는 걸.
아, 보다나 봉고데기로 고데기하고 처음 나온 날이었다. 아옳이 만세.
그리고는 이대-신촌으로 출두하였다.
이대-신촌 상권은 중국인이 장악한 것 같았다. 마라집, 중국요리집이 정말 많음.
호밀밭, 불밥, 재모식당 등 몇몇 가게가 살아남아 있었다.
이거 알아듣는 사람 2000년대 학번. 특히 재모식당 아는 사람 마음 속으로 친한척 하고 지나가기.
MUJI에서 파자마 세트와 된장망 구매.
서로 제국주의, 사대주의라며 놀리는 포인트가 있는데 MUJI에서도 서로 놀림...
근데 내 기준에 파자마가 인터넷 쇼핑몰이든 자주든 어디든 너무 비싸서 저렴해서 샀고 (아니 파자마를 10만원짜리 입는 사람은 아까워서 세탁은 어떻게 함...? 잘 때 입는 거 아님?)
된장망은 저 정도 너비와 깊이에 냄비에 걸칠 수 있게 꺾어 놓은 것 찾기가 아주 어렵다. 아무튼 득템했단 소리.
빠삐용 스럽고 좋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매우 진지하게 저녁 메뉴를 골랐다. 섣불리 먹었다가 또 토하면 안 되니까.
베트남요리로 결정.
너~~~~~~~~~무 배고파서 J가 하는 말에 대답도 안하고 막 먹었더니 안 그러면 안 되냐고 했다.
내 딴에는 그 와중에도 대단히 침착하게 저녁 세팅을 한 건데 더 노력해 보겠다.
3월 14일 일요일
체다치즈, 달걀후라이, 살치촌을 구워서 베이글샌드위치.
사대주의자스럽게 나름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를 즐겨 본다.
모든 음식에 감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