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둘째주, 부산에 다녀오다

그랜드조선 부산, 기장 해녀촌, 동백섬, 더베이 101, 부평깡통시장

by 어니언수프


4월 16일 금요일


아침 이른 비행기로 김해공항으로 떠났다.

김해공항에서 부산 시내까지는 경전철이 생겨서 꽤 가깝고, 가는 길에 이렇게 낙동강 하구를 볼 수 있다.

50년전통 할매국밥집은 이제 60년을 넘어섰는지, 실제 간판은 60년으로 바뀌어 있다.

돼지고기 냄새가 나는 뽀얀 국물의 돼지국밥을 기대하고 간다면 약간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국물이 깔끔하고 잡내가 하나도 나지 않고, 고기는 탱글하면서도 부드럽다.

평일 오전 11시를 겨우 넘어선 시각인데 웨이팅이 있었다.



할매국밥집에서 이중섭거리가 아주 가깝다. 이른 점심 식사를 마치고 좀 걷는 셈 치고 이중섭거리에 가 보았다.

생활고에 가족까지 떠나 보내야 했던 화가의 삶이 절절하면서도, 또 요즘 사람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산책을 끝내고 빨간 광역버스를 타고 해동용궁사로 향했다.

부산에서 기장으로 가는 건 버스도 지하철도 있지만 한 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마음먹고 가야겠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까지 자랐기 때문에 해동용궁사는 가 봤을 법도 한데, 기억에는 전혀 없었지만 분명 의미가 있는 사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궁사 구경을 한 뒤에는 연화리 해녀촌으로.

점심은 이미 먹었지만, 바다를 바로 옆에서 느끼면서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해산물 한 접시 하는 게 내 나름의 로망이었다. 제주도에서 해 보고 싶었던 일인데 그 땐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여기서 가능했다.

용궁사에서 아무 택시나 타면 5천원 조금 안 나온다.


우리는 지도에 찍히는 큰 횟집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장씨해녀집에서 해산물 모듬 小 30,000원 짜리를 먹었다.

가면 호객행위가 심하기 때문에 이런 것에 약하면 어디쯤에서는 들어가야겠다, 마음에 미리 찍고 가는게 좋을 것 같다. 먼저 홍합탕이랑 가리비구이가 나온다. (너무 좋아서 이미 난리남) 개불은 못 먹어서 빼주실 수 있냐고 했더니 군소 (1시방향)를 꺼내 주셨다. 군소는 처음 먹어봤는데, 말렸다 다시 불려 꼬들한 표고버섯 같은 식감이다. 생김새도 비슷한 것 같고... 새우, 군소, 소라, 멍게, 전복, 해삼, 낙지 순서다.



우리의 숙소, 그랜드조선 부산 호텔 입성. 이전에 노보텔이었던 곳을 신세계에서 인수해서 새롭게 오픈한 곳이다. 로비에서부터 풍겨지는 오렌지꽃 같은 향기부터 바닥, 타일, 조명 어느 것 하나 고급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완벽히 모던한 것도, 완벽히 앤티크한 것도 아닌 뭔가 다른 지점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는 한 시간 반 쯤 기절..........

여섯시가 넘어서 깼다. 슬렁슬렁 저녁을 먹으러 나와서 동백섬까지 걸었다.

동백섬도 존재는 알았으나 안쪽까지 산책로를 따라가 본 적은 없는데, 예상보다 너무 좋았다.

해가 지면서 해운대의 도시와 동백섬의 자연이 공존하는 느낌이 나는 안타깝기보다는 색다르고 좋았다.


해녀촌에서 원없이 생 해산물을 먹은 탓인지, 꽤나 가공된 맛의 음식을 저녁으로 먹고 싶어졌다.

최근 몇 년간은 정말 심하게 핫해서 오히려 가 보고 싶은 매력이 떨어져 보였던 더베이101에서 피쉬앤칩스를 먹었다. 상호명은 정확히는 핑거스앤챗이다.

느끼하기만 하고 별로라는 사람도 있다. 그 말도 이해는 하나, 따뜻할 때 소스에 푹 찍어 먹으니 아주 바삭하고 난 맛도 괜찮은 편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사실 눈으로 보면 별론데 사진으로 찍으면 멋진 야경이 덤이다.



4월 17일 토요일

호텔 내에 있는 조선델리가 가격도 맛도 꽤 괜찮다고 해서 커피한잔은 여기서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하나 요즘은 이 카페에 앉아서 취식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뷔페는 오픈한다. (?)

한입거리 구움과자 하나와 레몬케이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해 와서 객실에서 먹었다.

케잌은 너무 예쁜데 크림이 딱딱하다. 커피는 맛있다.



호텔에서 체크아웃 한 뒤에는 이동하여 부평 깡통시장과 국제시장을 구경했다.

깡통시장이 먹을 것이 많고 사람도 더 북적북적한 편이다. 이 곳에서 백종원이 다녀갔다는 이가네떡볶이를 먹었다. 긴 떡을 잘라서 줘서 그런지, 떡 5개 3,500원 뭐 이런 식으로 쓰여져 있다.

먹을 때는 몰랐는데, 그렇게 양념 맛이 풍부한 떡볶이집도 드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을 이래저래 구경하다가, 유부주머니랑 비빔당면은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아무 데나 들어갔다.

J가 나중에 그 분식집 이름을 알려 줬다.

와썹맨이 표현한 대로, 비빔당면은 양념을 섞고 보니 그냥 '당면 맛'........ 유부주머니가 의외로 만두같고 간간하니 맛있었다.


비행기 타기까지는 시간은 많고 뭘 하지? 싶어서 자갈치시장에 가 봤다. 우리는 누가 봐도 느릿느릿 배 안고프게 생겼고 이 지역 사람 같이 뵈지도 않을 텐데 상인들이 '삼촌', '이모' 하면서 부르셨다.

J는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자갈치시장은 그렇게 후다닥 빠져나와 걷다가, J가 찾아낸 드립커피 잘 한다는 카페 네루다에 갔다.

정성스레 내려 준 시원한 드립커피, 앤틱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한 잔 잘 마시고 떠났다.

원두를 구매하고 싶을 만큼의 충동은 일으키지 않았다.



즐거웠고 가벼웠던 1박2일 부산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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