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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조마미 Dec 24. 2020

<엄마표 영어>에서 영어는 잊자


<엄마표 영어>의 근간은 아이에 대한 존중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존중받을 때 행복한 자존감이 생긴다. 관심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엄마의 계획 속에 아이의 행동을 시시콜콜 조절하는 것은 간섭이다. 간섭이 아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엄마표 영어>에서 ‘영어는 잊자’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와 엄마의 친밀한 상호작용, 교감, 소통의 좋은 수단일 뿐이다. 작가 알렉스는 “아이들도 식물처럼 적절한 양분과 물을 주면 아름답고 강하게 성장하죠. 중요한 것은 적절한 환경,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주는 거예요.


즉 아이들의 욕구에 귀 기울이고 그에 부응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아이들은 자기 미래를 꽃피울 씨앗을 내면에 지니고 있어요. 우리가 믿어주면 자기만의 관심을 드러내죠.”라고 강조한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나에게 엄마표 영어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였다.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심심할 때 책 읽고, 대화하고, 놀며 아이와 소통하는 도구였다. 아이의 관심사를 세심히 관찰하고 공감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주는 것 여기까지만 하면 된다.


충분히 듣고 읽기만 10년 한다 생각하면 언제 어느 때라도, 영어를 하고자 마음먹으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이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게 <엄마표 영어>다. 사소한 욕심이라도 버려야 10년을 버틸 수 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 영어를 새로 시작한다 하더라도 듣기를 충분히 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듣는 시간 없이 언어를 접한다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엄마표 영어는 선행이 아니다. 입시 영어는 중학교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시험이나, 숙제, 문제풀이 등 학습적인 것에서 벗어나 모국어 습득하듯이 일상에서 영어 환경을 최대한 노출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흘려듣기가 안된다는 건 엄마들이 해 본 적이 없고, 단어라도 하나 더 외우고 말해야 마음이 놓이는 조급함 때문이다. 옛날에 교육받았던 시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다. 한국말도 수많은 흘려듣기를 통해서 입이 트이는 것처럼, 영어도 무조건 많이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밀고 나가야 한다.


잘 듣고 있나 억지로 확인하는 것도 금지해야 할 사항이다. 문득문득 의도하지 않아도 확인이 되는 순간이 있는데, 래퍼들의 쏜살같이 빠른 발음의 내용을 알아듣거나, 내가 미드를 보는데 아이들이 놀다가도 대사를 따라 한다던가 할 때이다.


영어 학원 몇 년을 다닌 아이들이 자막이나 더빙 없이 애니메이션 보는 걸 싫어하는 걸 꽤 많이 봤다. 귀가 뚫리지 않으면 그 영어는 죽은 영어나 다름없다. 내 영어 실력을 가늠해 본 적은 없으나 아이들과 같이 듣는 생활을 몇 년 하다 보니 수능영어 듣기 평가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는 생각이 든다.






빅피쳐를 가진 사람들은 요란 떨지 않고 조용하게 내실을 다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사고하는 것보다 자동화에 익숙하다. 뇌도 근육이다. 생각하는 뇌가 되어야 뇌 근육이 튼튼해 질 텐데 디지털 사회구조에 대책 없이 노출된다면 사고력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생각의 뇌를 키우려면 의도적으로라도 사고의 도구가 필요한데 결국 읽고 이해하는 힘으로 공감과 소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통찰력을 기르는 힘이다. 기본이 되는 걸 무시한 채 다른 곳에서 경쟁력을 찾는 것은 기본 연습 없이 모차르트의 곡을 치려는 것과 같다.


빛나는 일상생활은 갈등과 고민의 연속이다. 무엇을 할까를 갈등하지 말고,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자. 또래의 학부모들에게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그런 거였다. “영어 뭐해?”였다. 영어는 이렇게 한다고 말하면 실망한 눈빛이다. 대단하게 유명한 어떤 학원에 가서 해야 하는 걸 기대했나 보다. 사교육이 빠진 영어는 영 못 미더워하는 눈치다.

세 자매가 엄마표 영어를 하던 20년 전보다 영어 하기 참 편한 환경이다. 유튜브에는 좋은 영상이 넘쳐난다. 그러나 풍요와 넘쳐나는 정보가 기준을 잡기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럴 때 있을수록 소신과 확신을 갖고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사람은 아쉬운 게 있어야 귀한 줄 알고 더 열심히 한다. 영어책이 귀한 시절에는 책 한 권이 소중해 닳을까 봐 투명 시트지까지 붙이며 읽고 또 읽고 했다. 일하는 부모들은 집에 돌아와 아이와 하는 30분이 더없이 소중할 것이다. 아쉬움을 무기로 삼자.





아이들에게 10년이면 100년 인생에서 준비단계 정도다. 거듭 강조하지만 10년은 영어를 접하는 시간이지 영어로 성과를 내는 시간이 아니다. 천천히, 꾸준히, 조금씩만 하면 된다.


귀를 열게 하고 책을 읽는 데 집중하자. 재밌게 사는 세상 하나 더 마음에 품는 일이라 생각하고 크게 나가자. 큰 세상을 품은 아이는 공부던, 봉사던, 자기에게 닥친 일을 주도적으로 해나간다. 도전에 따른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실패를 앞으로 나아가는데 디딤돌로 삼는다.


자기 주도 학습이 강한 아이일수록 할당량처럼 주어지는 공부를 거부한다. 하루를 시작하는데 눈앞에 시험지 한 장이 놓여 있는 것처럼 싫은 게 또 있을까? 파고드는 심화 공부를 할 수 없으니 자기 주도로 연결이 안 돼 재미없어한다.






시작하면 길이 보인다. 시작을 쉽고 짧게 하자. 좋은 습관은 진정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다가가기 쉬워지게 만드는 치밀한 밑 작업이다. 흘려듣기, 2분 집중 듣기, 책 읽기, 영상같이 보기가 엄마표 영어의 작은 습관이다.


작은 일을 할 수 없으면 큰일도 할 수 없다. 중용에서는 기본을 강조한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매어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하게 하고, 남을 감동하게 하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 된다.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자. 마음이 복잡하고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문제가 훨씬 잘 풀어지는 경우가 많다. 세상의 이치는 기본에 의해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공부, 사업 다 그렇다.


 다시 한다 해도 엄마표 영어다. 아무리 최첨단으로 무장된 삐까뻔쩍한 기관이 문 앞에 있다 해도, 완벽한 AI 로봇이 가르친다 해도 기본에 충실한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엄마표 영어가 내 선택이 될 것이다.      










#엄마표영어  #유아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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