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조마미 Dec 25. 2020

언텍트 시대, <엄마표 영어>가 딱!

#1                                                                                                                                         

            

시대를 앞서간 걸까? 코로나 19 같은 전염병이 퍼지지도 않은 시대에 세 아이를 키우며 언텍트의 삶을 살았다. 20여 년 전에는 엄마표 영어가 지금처럼 익숙한 시대도 아니고 다소 모험적이고 생소했던 길이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있다 보면 인간인지라 가끔은 불안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세운 육아의 최종 목표 3S를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Self-esteem(자존감), Self-directed learning(자기주도학습), Save money(저축)를 실현하려면 책이 중심이 되는 육아 이외에 그 어떤 것도 대체할 게 없었다. 


영유아 시절만큼이라도 기관이나, 학습지, 방문 샘이나, 비싼 교구에 의존하지 않고 여유로움 속에 실컷 놀면서 책과 함께 아이의 인성과 지성, 개성을 키워주고 싶었다. 


책을 재미있는 도구로 여기고 친하게 하려고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은 정서적 안정이다. 언어는 불안한 환경에서는 습득하기 어렵다. 하물며 영어는 제2외국어다. 내 집, 내 방, 내가 좋아하는 방구석 한쪽, 식탁 밑에 기어들어 가더라도 간섭받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곳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 있어도, 휘황찬란한 인테리어로 치장한 멋들어진 건물 속에 최고의 학벌을 자랑하는 선생님들이 있는 학원이라도 아이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장소는 집이다. 



#2

        

1호가 다섯 살 때쯤이었다. 모아둔 나무젓가락을 발견하고는  꼼짝도 안 하고 웅크리고 앉아 젓가락을 두 개로 쫙쫙 갈라 뜯어 놓는데 너무 진지해서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 몰입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언제까지 하나 숨죽이며 쳐다보는데 한 시간 동안 고개 한 번 안 들고 수십 개의 젓가락을 조그만 손으로 다 뜯어 놓고 나서 지도 힘들었는지 바로 뻗어버렸다. 


집에서 엄마표 영어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아이들만의 몰입하는 행동이 보인다. 별거 아닌 것 같은 놀이가 얼마나 아이에게 도전이고 즐거운 일인지 감이 온다. 그걸 딱 자르는 게 사교육이다. “그만하고 ~ 하자. ~ 에 가자, ~가 오실 시간이야.” 하면 아이의 능동적 몰입은 싹둑 끊기고 만다. 정말 자신이 치고 나가야 할 때도 엄마의 허락을 기다리는 수동적 아이가 된다. 


바쁜 아이들의 일상을 보면 기관으로 이리저리 장소를 옮겨 다니며, 차 뒤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하루에 3~4개씩 하는 수업을 돌다 어둑해져 집으로 돌아온다. 하루를 꽉 채운 듯한 뿌듯한 마음의 엄마는 쉬다가 책 읽으란다. 


책 읽는 게 중요한 걸 알면서도 책이 먼저가 아니라 학원에 다니고, 학습지를 풀어야만 읽을 수 있는 게 책이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초반 아웃풋은 앞서나가는 것 같지만 고만할 때의 어휘라는 건 학습으로 늘기 어렵다. 중학교 때쯤 가보면 그 앞서 달리던 아이들이 다 어디 갔나 싶다. 



#3      


엄마표 영어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실행이 마술이다. 일단 한번 시작해보면 오히려 단순하다. 다른 것 안 하고 책 읽기. 아이와 하는 거 그거 하난데 빼먹지는 말자는 심정으로 했다. 할수록 영어책에 대한 확신이 생기다 보니 다른 유혹이 들어와도 휩쓸리지 않고 눈감고, 귀 막고 나아갈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자산이 쑥쑥 쌓이는 게 보인다. 


질서를 잘 지키고 배려하는 행동은 아이가 착해서 저절로 하는 게 아니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책을 통해, 뭐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이 되기 때문에 하는 거다. 다른 친구들을 존중하는 마음, 배려, 이해심을 마음에 장착해 놓는 게 이 시기의 사회성이다. 때로는 힘들고, 슬프고, 화나도 이겨낼 수 있는 튼튼한 마음 근육이 책을 통해 키워진다. 


아이 교육을 학원 교육에 몰입하는 엄마에게 왜 그리 많이 하느냐고 물어보면 “애들 다해요.”라고 답한다. 남들과 같아지는 길을 힘들게 돈 들이고 시간 들여갈 필요가 없다. 남들이 왜 내 아이의 교육 기준이자 목표가 되어야 하나? 초등학교 때 고등수학을 푼다는 애들은 왜 정작 현재 배우는 시험은 백 점을 못 맞는 걸까? 


아이들이 뱅글뱅글 학원 다닐 때 우리 아이는 집에서 편히 책 읽는 게 훨씬 마음이 놓였다. 비교하지 말라고 아이들한테 말하면서 어릴 때부터 비교와 경쟁이 엄마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 엄마나, 인터넷 정보에 지나치게 콘택트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휩싸이게 마련이다. 옆집 누구는 뭐한다. 윗집 누구는 어디 학원 다닌다. 이 프로그램은 소근육에 좋다, 대근육에 좋다, EQ에 좋다, IQ에 좋다, 좌뇌형 교육, 우뇌형 교육이라며 현란한 광고로 부모의 마음을 현혹한다. 아이 키울 때는 언텍트의 삶이 요긴하다. 





#4           


휩쓸리지 않고 집에서 소신 있게 <엄마표 영어> 하며, 사교육 시키는 비용을 어림잡아 매달 또박또박 적금으로 부어보자. 10년 후쯤 되면 복리의 마법이 일어난다. 제법 묵직한 통장으로 아이와 뜻깊은 일을 계획할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엄마표 영어>의 축은 몰입하여 놀기와 책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두 살 터울로 1.2호를 키우다 마흔 줄에 3호를 낳았다. 3호 때는 교육 환경이 많이 달라짐을 느낀다. 인구가 줄어 교실 환경이 쾌적하고, 학교 도서관도 지역 도서관도 잘 운영되었다. 구매하기 힘들었던 영어책을 공짜로 빌릴 수 있다. 유튜브라는 매체가 생겨 마음만 먹으면 양질의 공짜 콘텐츠가 넘쳐난다. 


 이러나저러나 3호 역시 1, 2호 때 하던 가락으로 <엄마표 영어>를 한다. 달라진 건 자막 없는 영상을 TV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거다. 1.2호 때만 해도 자막 없애는 기계를 따로 사기도 하고, 포스트잇으로 자막 있는 화면 위에 붙이기도 했다. 동그란 위성 접시를 비싸게 주고 사들여서 달고 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원시시대 같다. 


아이들이 크면 다시는 갖지 못할 시간이 <엄마표 영어>를 하면서 소중한 시간으로 채워진다. 나도 엄마 놀이에 몰입하던 시기였다. “Hello baby, Hi mom”이라는 유아영어 회화책을 딸딸 외우고, 필사하고, 노래 가사 따라 외우고, 놀 거리를 찾느라 매일 오리고 붙이는 나날이었다. 누군가와 컨텍트를 할 시간도 없었다. 자연스레 언텍트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엄마표영어 #소신육아 #유아영어 #실행이마술 #자기주도학습 #공부머리

작가의 이전글 <엄마표 영어>에서 영어는 잊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