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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선 Nov 04. 2022

태엽 감는 새

#34 스미레에 관한 추억

무라까미 하루키를 알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친구 덕분이었다.


중구청 근처에 있는 서점에서 친구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책을 알려주었고 나는 " 완벽한 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이라는 문장을   책에서 읽게 되었다.


얼마나 탁월하고도 위로가 되는 문장이었던가.


다른 작가의 문장을 인용한 것이라는 것을 후에 그 책을 제대로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나는 이미 하루키의 글에 빠져있을 때였다.


스푸트니크의 연인, 상실의 시대, 태엽 감는 새,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라디오, 댄스 댄스 댄스, 그 외 수많은 수필.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조금은 건조한 그의 문장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글은 자연스럽게 스파게티 면을 삶게 하고 맥주병을 들게 만든다.

당장이라도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을 틀게 만드는 그의 문장들.


음악에 대한 진지한 예찬, 무의식의 깊은 부분까지 마주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을 것 같은 섬세한 감각과 디테일한 표현들.


그런 작가를 알게 해 준 친구 스미레.


최근에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다시 읽어보았다. 친구가 오랫동안 써왔던 닉네임이라 책을 읽으면 그 친구가 소설 안

에서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런 친구를 따라 나도 오랫동안 태엽 감는 새라는 닉네임을 사용했었다.


스미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지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잘 지내지?


가끔은 네 생각이 나.

아마 너도 그럴 테지.



잘 맞지 않아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감성적인 영역에서 많은 것을 공유했기에

그리고 어린 20대 청춘을 함께했기에

앞으로도 잊지는 않고 살 거야.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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