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서재가 있었다.
나처럼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했고,
내가 오래도록 그리워하던
사랑의 기억에 깊이 공감해 주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곳에 늘 함께 가주었다.
그리고 나를 사랑했기에 조용히 보내주었다.
내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은 붙잡는 일이 아니라
나를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라는 걸
그를 통해 처음 알았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였다.
지금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릴 적,
엄마와 손을 잡고
대전 수정아트홀에서
<미녀와 야수>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엊그제 같은데,
지금 나는
그때의 엄마보다
더 나이 많은 어른이 되어
다시 그 이야기를 보고 있다.
수정아트홀은 사라지고
어렸던 나의 순수도 사라졌다.
하지만 이젠
다른 감성과
더 깊은 감동이
내 안에 남았다.
두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흘러갔다.
사랑은 늘
같은 얼굴로
같은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
어떤 사랑은
함께 손을 잡고
극장에 앉아 있고,
어떤 사랑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길 위로
나를 조용히 보내준다.
시간은 흘러
나는 그 사랑들을
이해할 나이가 되었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사랑이란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한 걸음 더
어른이 되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