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선명한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것,
혹은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모든 것은
그저 꿈속의 또 다른 꿈일 뿐이다.
— Edgar Allan Poe
그날 밤, 내 방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회사 사람들 열 명쯤이 바닥에 이불을 펴고 아무렇지 않게 잠들어 있었다. 누군가는 벽에 기대고, 누군가는 창가에 몸을 말고. 나는 왜 그들이 여기 있는지 묻지 않았다. 그때였다. 보일러의 기계음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왔고, 조용히 일어나 보일러를 껐다.
웅-
소리가 멈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보일러는 분명 꺼져 있었는데 어딘가에서 여전히 같은 소리가 났다.
나는 방을 둘러봤다. 그때 멀리, 방 끝에 누군가 누워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람인지 몰랐다. 희미하고 투명한 몸. 마치 유리로 된 것처럼 투명한, 하지만 조금씩 형태가 또렷해졌다.
팔.
머리.
얼굴이.
점점 뚜렷해지고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저건 사람이 아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악!! 일어나!”
하지만 방 안에 있던 회사 사람들은 어느새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내 옆에는 친구 한 명이 서 있었다. 우리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복도에는 인테리어 마감재 샘플들이 쌓여 있었다.
목재 조각, 대리석 타일 샘플, 패브릭 보드...
인테리어를 그만둔 게 벌써 10년 전인데, 왜 여기에 저런 것들이 쌓여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뒤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더 빠르게 달렸다. 어쩐지 집 안의 분위기가 점점 변하고 있었다. 벽지가 벗겨지고, 천장에는 거미줄이 걸려 있었다. 이 집은 더 이상 좀 전의 그 집이 아니었다. 마치 오래된 폐가 같았다. 나는 마당 대문 쪽으로 달려갔다. 커다랗고 오랜 옛 대문
‘문이 열리면 않으면 어쩌지.’
하지만 대문은 쉽게 열렸다.
끼익-
우리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모든 것이 정상처럼 돌아온 듯했지만, 밖의 거리는 내가 알던 지금의 세상이 아니었다. 한쪽에서는 한복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갔고, 다른 쪽에서는 미래 시대에서나 볼법한 매끈한 금속 같은 건물들이 서 있었다. 조선시대 같기도 했고, 미래시대에 온 것 같기도 했다.
낯선 거리였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렸다.
“저 집에서 나왔네.”
“드디어 나왔구나.”
“그 집 이야기를 모르나?”
나는 그들 중 한 사람에게 물었다.
“저 집.. 무슨 집이에요?”
그는 잠깐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 집주인을 몰라?”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민초희.”
그 이름은 익숙한 듯 낯선 느낌이 들어, 나는 물었다.
“그 사람… 누구예요?”
“그 집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있어.”
그가 말했다.
“시장 끝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친구를 돌아보고 말했다.
“이거... 글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