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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 Dec 10. 2018

교육대

181208


식사는 도시락으로만 주어졌다. 짬통만 돌려 잔반을 버리는 식이었다. 아침을 먹은 뒤에는 물류 공장으로 가서 각자가 맡은 업무를 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공장을 돌아다녔다.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지만, 제과 파트에 유독 사람들이 훔쳐먹은 흔적이 많았다. 어쨌든 군인이기 때문인가, 나도 먹어도 되는 건가 생각하고 있는데 옆으로 누군가가 카트를 끌며 다가왔다.


“그냥 먹어요. 몇 개 정도는 다 눈감아줘요.


같은 신분으로 보이는 그 남자가 말했다. 생김새에 키까지 옛 군대 선임을 닮아서인지 그에게 의지가 갔다.


“이제 저도 이 일 해야 하죠?

“천천히 다 알려줄 거예요.


대화 없이 아침을 먹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는 어떤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물이 있었고, 주위로 교관과 훈련병들이 모여 있었다.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여기는 군대다. 예비역들이 다시 생활해야 하는 두 번째 군대.


생각할수록 말이 안 됐다. 어떻게 들어오긴 했는데 다시 군 생활을 해야 하다니, 전역은 2020년… 눈앞에서 내 소중한 것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교관은 훈련에 대해 설명하며 시범 조교로 나와 아까 이야기했던 그를 불러내었다. 그는 단숨에 물로 뛰어들어 물속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여러 동작을 시연했다. 분명 쉽지 않아 보였지만, 그의 거침없는 움직임과 교관의 장황한 설명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배워봄직한 동작으로 포장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역시나 도시락이었고, 행사 차 대강당에서 모여 다 함께 먹어야 했다. 나는 계속 의심하고 있었다.


‘재입대는 말이 안 돼.


대강당에는 유명한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기자 시절 취재했던 한 방송인이 있어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셨어요 형?

“어 오랜만이다. 너도 와 있네.

“형도 재입대하신 거예요?

“아니? 재입대 아니야 이거.

“그렇죠?


내 의심에 확신이 더해졌다. 누가 2년을 또 허비하는가. 1개월 정도의 예비군 교육일 거다. 2년이라는 시간은 공포와 긴장을 심는 장치일 것이다.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역시 아무렇지 않아 보였고, 다 먹은 도시락 그릇들이 점점 쌓여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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