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08
가끔 경험하고 싶은 곳들이 생긴다. 재작년 여름에는 섬에 가고 싶다는 글을 짧게 썼다. 섬에서 바다를 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가능하다면 섬 가운데쯤에 산이 있으면 더 좋겠다고 글을 끝맺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제주도에 두 번이나 갔다. 몇 군데 큰 바닷가에 갔고 색 다른 바다들을 봤지만, 내가 섬을 바랐던 까닭을 찾진 못했다. 생각만큼 거두어들인 것이 없어서일까, 그 뒤로는 딱히 섬에 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마땅히 가고 싶은 곳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 갑자기 어떤 지역들의 경계에 가보고 싶었다. 판문점, 화개장터와 같이 국가나 도, 시의 경계. 그게 어디든 경계임을 알리는 표지판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 위로 공원이나 건물이 있어도 재미있겠다. 무언가 깨닫고 싶어서 가고 싶은 것이 아니다. 잔잔한 경계를 혼자 걸어보고 싶다. 그 주위에 있는 것들로 경계를 구분해보고 싶다. 얼핏 섬에 경계가 있으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