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7
잘 지내면 글을 안 쓴다. 예술 작품 같은 것도 개인의 힘든 시기에 탄생하지 않는가. 나를 예술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나의 사회성이 흔들릴 때 글을 쓰곤 했다. 이를테면 내가 하는 것들이 분잡한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벌컥 일어난 사건이 당황스러울 때 글을 쓴다. 아낄 만한 글을 쓰려 했다.
물론 삶이 너무나 만족스러울 때도 글을 썼다. 나를 방해하는 것이 없을 때, 소위 시간이 남아서 뭐라도 쓰고 싶은 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비슷한 상황인데 몇 번을 쓰려다 포기했던 글에 관한 글을 이제야 완성해나가보려 한다.
몇 년 동안 써보려고 노력했던 이 글을 매번 실패했던 이유를 알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도 한 편의 글로 끝내버리려 했어서다. 늠름하게 털어내고 싶은 말은 써내려가다 보면 여러 주제로 나뉘어지니까 때마다 포기했다. 생각나는 것을 길지 않게 한편씩 썼어야 했다. 단순한 결론이렸다.
3년 동안 잡지사에서 에디터와 서점 매니저로 일했고, 지금은 한 회사의 홍보실에서 일한다. 무언가 쓰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