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생활

목적 없는 즐거움

by 버티기





이사를 오고 집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자 다시 영어회화 학원을 찾기 시작했다. 건물마다 영어학원은 많았지만 대부분 영유아나 학생들을 위한 곳이었다. 성인을 위한 영어학원이 있기는 했지만, 대개 토플이나 토익 위주의 학원이었고 원어민 회화 학원은 찾기 어려웠다.


한동안 학원을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한 곳을 발견했지만, 시간대별로 모든 레벨의 수업이 열리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배정받은 반에 다니려면 새벽 여섯 시 반에 가야 했다.


나는 올빼미형 인간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며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 계발서가 유행하던 시기였지만, 나에게 이른 새벽에 공기를 가르며 몸을 일으키는 일은 타고난 신체 리듬을 거스르는, 일종의 역행에 가까웠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고, 그렇게 새벽반에 등록했다. 새벽반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인이었고, 방학이 되면 서울에서 내려온 학생들도 있었다. 저마다의 필요에 의해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수업 전 가벼운 인사가 오가고, 어김없이 이런 질문이 따라왔다.


“Why are you studying English so early in the morning?”


근데 왜, 그 질문은 늘 나에게만 향했을까.


시험을 앞둔 것도 아니고, 승진을 준비하는 것도 아닌 얼굴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목적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목적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조차 던져본 적 없던 그 질문에, 그날은 이상하게도 찰나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It’s my hobby!”


뚜렷한 목적 없는 열정이 나를 이끌었고, 그렇게 영어회화는 어느새 나의 취미가 되어 있었다. 특기가 아니라 취미였기에 잘해야 할 필요도 없었고, 그래서였을까. 나는 영어회화가 순수하게 재미있었다. 그렇다면 취미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사람들의 의아한 눈빛을 받으면서도, 내 생체 리듬까지 바꿔가며 나의 기묘하고도 성실한 취미 생활은 그렇게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