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역학에 대하여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높여 운전을 하고 있었다. 앞서가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섰고, 나는 비명을 지르며 깊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이미 속도가 붙은 차는 쉽사리 관성을 떨치지 못한 채 앞차를 들이받았다. 내가 가한 충격은 그대로 나에게 돌아왔고, 내 차의 보닛은 정확히 'ㄱ'자로 꺾여버렸다.
문득 오래전 그 사고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이 차갑고 냉정한 물리 법칙이, 어쩌면 나의 사랑과 이토록 닮아있을까.
관성은 하던 것을 계속하려는 성질이다. 사랑도 그렇다. 누군가를 향해 한창 달려가던 마음은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서 곧바로 멈추지 않는다. 상대의 마음이 이미 식었거나, 아이가 너무 커버려 더 이상 내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에도 내 사랑은 관성 때문에 여전히 앞으로 고집스럽게 굴러간다. 멈추지 못한 마음은 결국 관계에 사고를 만든다.
물리학에서 힘(F)은 질량(m)과 가속도(a)의 곱이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나 아이가 어릴 때, 존재의 질량은 가볍다. 그래서 아주 작은 다정함이라는 힘에도 큰 '가속도'가 붙어 온 세상이 요동친다.
하지만 관계가 깊어지고 상대의 자아가 커질수록 사랑의 질량은 무거워진다. 예전과 똑같은 힘을 써도 관계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는다. 무거워진 관계에는 예전보다 훨씬 세밀하고 깊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질량이 변했는데 예전의 힘만 고집한다면 가속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 차가 앞차를 들이받으면, 내 차도 똑같이 찌그러진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간섭'도 마찬가지다. 내가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이려 강한 힘을 가하면, 상대는 정확히 그만큼의 힘으로 나를 밀어낸다. 내가 간섭할수록 관계가 멀어지는 것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물리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사고가 나고 보닛이 찌그러져야만 차가 멈추듯, 우리 삶도 때로는 커다란 충격을 겪고 나서야 멈추지 못하던 마음을 겨우 멈춰 세운다. 이별은, 어쩌면 지나치게 가속하고 있던 우리의 사랑에 자연이 던지는 '강제 브레이크'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뜨거운 감정이지만, 그 사랑이 머무는 관계는 냉정한 물리 법칙 위에서 움직인다. 사고가 나고 나서야 비로소, 내 사랑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는 않았는지, 상대의 질량을 외면한 채 내 사랑만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감정의 강력한 사고가 없이는, 이 엄연한 자연의 법칙을 깨닫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