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기대고 싶다
바람을 가르며 전동 킥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이 싱그러웠다. 걷기엔 멀고 차를 타기엔 애매한 거리를 전동 킥보드는 단돈 천 원이면 가뿐하게 데려다준다. 안전 규제가 강화된 요즘은 예전만큼 흔치 않지만, 무더웠던 몇 해 전 여름의 거리에는 그 속도감 있는 풍경이 곳곳에 넘쳐났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그들처럼 멋지고 유연하게 발판 위에 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휙 날아가 버릴 만큼 위험하다는 말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찰나의 로망을 위해 내 뼈를 내놓기엔, 나는 이미 너무 많은 계절을 지나온 사람이었다.
그해 여름, 가볍게 걸어 나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도로 옆에 무심히 쓰러져 있는 킥보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도 저거 한 번 타보고 싶었는데, 결국 못 타네. 저 사람들처럼 바람을 가르며 달리면 참 재미있을 텐데….”
혼잣말처럼 흘린 아쉬움에 곁에 있던 그 아이가 대답했다.
“이거 그냥 타면 돼. 내가 태워줄게. 엄마, 내 허리 잡아. 둘이서도 탈 수 있어.”
뒤에서 허리만 잡으면 된다는 말에, 나는 어린아이처럼 좋아라 하며 그 아이의 허리에 매달렸다.
‘윙—’
전기모터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쑥 쏠렸다. 체감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덜컥 겁이 난 나는 그 아이의 허리를 필사적으로 끌어안았다.
뒤에 매달린 내가 힘을 빼야 운전이 수월했을 텐데, 온몸이 통나무처럼 굳어버린 나는 그 아이에게 짐이 되고 말았다. 결국 무서워하는 엄마를 배려해, 맛만 보여주는 정도로 짧은 경험은 끝이 났다.
고작 몇십 미터를 나아갔을 뿐이지만, 그것은 내 생애 첫 킥보드 경험이었고, 아마도 마지막일 것이다.
수영을 배울 때도, 자전거를 배울 때도, 그리고 그 아이의 뒤에 매달렸을 때도 사람들은 늘 내게 말했다. 힘을 좀 빼라고. 힘을 빼고 편히 맡기면 된다고. 하지만 나는 힘을 빼기 위해 오히려 온 힘을 쓰고 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힘도 없는 사람이 왜 그리 힘을 쓰느냐고 남들은 쉽게 말한다. 하지만 사실 힘이 센 사람만이 힘을 조절할 줄 안다. 힘이 없는 사람은 두려움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없는 힘까지 쥐어짠다.
그렇게 한참을 힘주며 살다가, 아무리 힘을 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만큼 고단한 시간을 견디고 나서야, 마침내 힘은 저절로 빠지게 된다.
그 아이의 단단한 허리를 믿는 마음과
내 마음의 힘이 빠지는 순간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힘을 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