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함의 유통기한
빼꼼히 열려 있는 엄마의 옷장 안에
색 바랜 분홍색 무스탕 코트가 보였다.
이제는 입을 수 없지만
여전히 그 옷장 안에 걸려 있다.
다른 집과 달리 우리 집에서는
아버지가 가끔씩 엄마에게 옷을 사다 주곤 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여자들은 대개 자기 취향이 있어서
누가 사다 주기보다는
직접 고르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무스탕 코트가 유행하던 시절,
아버지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고 귀한
연분홍색 무스탕 코트를 엄마에게 사다 주었다.
다른 무스탕과 달리 아주 가볍고 화사했다.
어린 나는 그 옷이 참 멋져 보였고
엄마가 부러웠다.
하지만 엄마는
그 분홍색 무스탕 코트를 즐겨 입지는 않았다.
비싼 옷이라서,
밝은 색이라서,
세탁을 할 수 없는 재질이라서.
아낀 옷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젊었던 나의 부모님은
이제는 눈도 잘 보이지 않고
귀도 잘 들리지 않으며
걷는 일조차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을 꾸려 가기 힘들다.
이제는 그 코트를 입으려 해도
무겁고 거추장스럽고
입고 나갈 곳도 없다.
한 때 그렇게도 소중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
삶의 뒤에 남겨지게 되었을 때
그것들은 얼마나 무가치해지는 걸까.
엄마의 옷장 안에 걸린
그 분홍색 무스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