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를 준비하는 태도

by 버티기




내일 새벽 여행을 앞두고

하루 종일 집을 정리한다.


며칠 집을 비우게 되면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내가 없을 때

내 살림이 비루해 보이지 않도록,

집이 너무 지저분하지 않도록,

잠들던 이부자리가 냄새나지 않도록,

냉장고 안에 섞는 음식이 없도록

하루 종일 단속을 한다.


내가 없는 동안

내 새끼가 굶지 않게

우유도 두둑이,

냉동 도시락도 넉넉히 쟁여 둔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고작 며칠 다녀오는 여행인데도

나는 이런 일들을

헤어질 준비처럼 해 본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오늘처럼 단정하게

이렇게 내가 먼저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