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살짝 넓어진 요리 스펙트럼
요색남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전, 캐나다에서 온 에릭은 조금 독특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Netflix의 <흑백요리사>가 비영어권 TV쇼 1위를 차지하며 한식이 '건강식'의 상징처럼 소비되는 시대다. 하지만 그때는 공기부터 달랐다. 외국인 강사들은 우리가 타지에서 김치를 그리워하듯 치즈를 그리워했고, 매운 음식을 힘들어서 하던 그들에게 가장 무난한 선택은 '00 천국'의 김밥이었다.
"I'm sick and tired of Gimbap."
김밥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그들. 훗날 미국 대형마트에서 냉동 김밥이 품절되는 것을 본다면 얼마나 놀랐을까. 그런 시절에 에릭은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다고 했다. 그는 한식에도 관심이 많았다.
불고기 양념은 어떻게 하느냐, 잡채는 무엇이 들어가느냐, 고추장과 된장은 무슨 재료로 만드느냐. 질문은 늘 구체적이었고, 그의 수업은 자주 '말로 하는 쿠킹 클래스'가 되었다.
그에게 배운 요리 중 가장 오래 남은 건 닭과 꿀의 조합이었다.
Honey Garlic Chicken.
한국에서 닭 요리라 하면 간장이나 고추장을 넣은 찜이나 볶음탕, 튀김닭, 혹은 뽀얀 백숙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닭과 꿀'이라니. 낯선 조합이었다.
북미, 특히 캐나다에서는 우리나라 닭볶음탕만큼이나 흔한 국민적 가정식이라고 했다. 그는 칠판에 번호까지 매겨가며 특급 레시피를 전수해 주었다.
집에 돌아와 마트에서 윙과 봉이 섞인 팩을 사서 그대로 따라 해 보았다. 식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영어를 배우러 갔다가, 세상과 함께 요리의 스펙트럼도 살짝 넓어진 순간이었다.
최근 며칠 집을 비우게 되어 혼자 남을 아들을 위해 고기를 부위별로 소분해 냉동실에 쟁여두었다. 각 봉지에 조리법을 적은 노란 종이를 클립으로 꽂아 두었는데, 아들은 그걸 하나씩 꺼내 요리하고 엄마의 메모를 집게로 집어 고이 모아두었다. 집에 돌아오니 아들이 묻는다.
"닭고기에 꿀 넣는 거 특이하다. 예전에 영어 선생님 마가렛한테 배운 거야?"
마가렛은 아니었다. 하지만 에릭에게 요리를 '말로' 배웠던 그 시절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훗날 아들이 홀로 서는 날이 오더라도, 에릭에게 배운 이 이국적인 레시피가 노란 메모지 위에 적힌 엄마의 다정한 손길로 그 아이의 곁에 머물기를 소망해 본다. 에릭 덕분에 내 요리의 세계가 넓어졌듯, 이 간단한 허니 갈릭 치킨이 누군가의 식탁에도 작은 온기가 되기를 바란다.
Eric’s Special: Honey Garlic Chicken Recipe
젊은 남자 선생님이 말로 설명해 줄 수 있을 만큼 쉽고 간단하지만, 아이부터 어른까지 호불호가 없는 마법 같은 메뉴입니다. 정확한 계량보다는 여러분의 응용력과 사랑을 담아 소중한 분들께 만들어 주시길 권해드려요.
Ingredients (재료)
Chicken: A pack of chicken wings (닭날개 한 팩: 저는 요즘 닭다리 정육을 사용합니다)
Oil: 1 Tablespoon cooking oil (식용유 1큰술)
Seasoning: 1/3 teaspoon salt & a pinch of black pepper (소금 1/3 작은술, 후추 한 꼬집)
Garlic: 8~10 Garlic cloves (마늘 - 원하는 만큼 듬뿍 슬라이스해 주세요)
Honey & Water: Honey (꿀), Water (물 약 2/3컵, 약 150ml)
Instructions (조리 방법)
1. Sear the chicken
Heat a pan over medium heat and add oil. Cook the chicken 4–5 minutes on each side until golden brown.
(중불로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닭을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속까지 완전히 익지 않아도 괜찮다.)
2. Season
Sprinkle salt and pepper.
(소금과 후추로 가볍게 간한다.)
3. Add the garlic
Toss in the sliced garlic and sauté until fragrant.
(편 썬 마늘을 넣어 향을 낸다. 마늘이 살짝 투명해질 정도면 충분하다.)
4. Pour in the water
Add about 150ml of water — just enough to partially cover the chicken.
(닭이 반쯤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5. Drizzle the honey
Pour the honey in two generous circles around the pan.
(팬 위를 크게 두 바퀴 그리듯 꿀을 둘러 넣는다.)
5. Simmer and glaze (The magic step)
Lower the heat and let it simmer for 10–15 minutes. Flip occasionally until the sauce reduces into a thick, sticky glaze.
(중 약불에서 천천히 졸인다. 중간중간 뒤집어가며 국물이 끈적한 갈색 시럽처럼 변할 때까지 기다린다.)
Tip: 핵심은 인내심입니다. 처음엔 불을 조금 세게 하더라도 나중엔 중불 이하에서 조리하세요. 불을 너무 빨리 끄지 마시고, 꿀과 마늘 향이 닭고기 육즙과 어우러져 끈적하고 진한 시럽처럼 변할 때까지 충분히 졸여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직접 만들어 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이 간단한 레시피가 여러분의 식탁에도 작은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만들어 보신다면,
여러분의 식탁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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