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교훈
골목길에 주차해 둔 내 차가
도로 모퉁이 주차로 신고가 들어갔나 보다.
주정차 위반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왔다.
고지서를 들고 한참을 보다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
그날, 차에서 내리려는데
모자를 눌러쓰고 옷을 단단히 입은 여자가
건물 뒤편에서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종이를 펴고, 박스를 접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파지를 줍는 사람이라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생각해 버렸다.
차에 버리려고 했던
두꺼운 책 한 권이 떠올랐다.
무게가 꽤 나가는 책이었다.
책을 들고 내려
그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파지 수집하세요?”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아니에요.
나 이 건물 주인이에요.
사람들이 하도 지저분하게 버려서
정리하는 거예요.”
순간 얼굴이 화끈해졌다.
자기 건물 앞에 쓰레기를 버려 짜증이 난 사람에게
나는 ‘파지를 줍는 사람이냐’고 묻고
쓰레기를 하나 얹어주려 했던 셈이었다.
연신 사과를 하고 자리를 벗어났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그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나의 오지랖이
너무 민망했다.
과태료 고지서를 보며
그 이야기를 꺼내자
아들이 말했다.
“엄마가 선 넘었네.
누가 엄마 행색만 보고
파지 줍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좋겠어?”
맞는 말이었다.
나는
‘도움이 될 거야’라는 확신에 사로잡혀
선을 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파지를 줍는 사람일 거라는 판단도,
그 사람에게 내 책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모두 내 쪽의 확신편향이었다.
선을 넘지 않게
조심히 살아야겠다.
도움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자리를
함부로 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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