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듣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것

by 버티기



# 소란스러운 식탁, 침묵하는 나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안으로 들어선다. 저쪽에서 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얼굴들이 보인다. 하나둘 테이블에 모여 앉는다. 오랜만이라는 반가운 인사를 하며 식사가 시작된다.


자랑하고 싶은 일들, 저마다 견뎌온 고단한 삶, 여기저기 아픈 몸뚱이.


이야기보따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네 명이 앉아 각자의 말만 한다. 틈을 비집고 들어가지 않으면 내 말을 할 기회조차 없다. 말이 겹치고 목소리가 커질수록 나는 점점 더 조용해진다. 떠드는 사람은 넷인데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마음의 환기가 필요한 시간


창문을 열면 집안의 공기가 가벼워지듯 마음도 그렇다. 누군가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만 해도 마음은 잠시라도 숨을 돌릴 수 있을 텐데. 하지만 타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문득 아이들 학교 부모교육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김온양 소장님의 강의가 떠오른다. ‘감정코칭’

대화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일이라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상대가 화가 나 있으면 화가 난 호흡으로, 슬프면 슬픈 호흡으로 그저 곁을 지키며 이렇게 말해주는 것.


“그랬단 말이지.”


그 한마디에 사람은 비로소 내 목소리가 상대에게 ‘들렸다’고 느낀다.



# 수다가 되지 않는 글쓰기를 위하여


글도 마찬가지다. 내 글을 끝까지 읽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문장을 정성껏 다듬을 마음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내 글이 허공을 떠도는 수다가 되지 않도록 글을 다듬는다.

다른 이의 정성 깃든 문장 또한 수다처럼 가볍게 지나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무도 듣는 이 없는 소란한 식탁을 떠나,

조심스레 문장을 매만지며

진심을 고백하는 마음과

누군가의 호흡에 맞추어 듣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