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행복하게 해줄 거야. 착취하지 않을 거야.

김선생의 행복한 꿀벌 이야기

by 이승숙

얼마 전에 벌통을 좀 샀습니다.

물론 벌이 들어있는 벌통이지요.

한 통당 약 14만 원 정도 주고 30여 통을 샀습니다.

시세에 비해서 좀 싸게 산 편이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꿀만 사고파는 물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벌도 상품이었습니다.

벌을 사가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딸기나 참외 또는 기타 여러 과일들의 수분에 필요해서 벌을 삽니다.

계절을 앞당겨서 재배하는 하우스 과일과 채소의 수분을 위해 벌통을 사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는 벌을 키우려고 하는 초심자나 아니면 우리처럼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해 벌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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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겨울에 벌을 약 70통 가까이 팔았습니다.

참외 농사를 대단지로 하는 곳에 팔았습니다.

그곳에서는 더 많은 벌을 원했습니다.

500통도 사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우스 한 동마다 벌통이 1통 정도 들어가야 하니 그렇게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혼자 힘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다른 양봉농가에도 권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여러 양봉 농가가 합심해서 수정용 벌을 키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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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사온 벌은 그런 차원에서 샀습니다.

물론 꽃가루와 아카시아꿀을 뜨야지요.

그 다음에 밤꿀도 좀 뜰 것 같습니다.

그후로는 벌이 취해온 꿀을 뺏지 않고 그대로 둘 생각입니다.

그리고 왕성하게 세를 키우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벌들이 최상으로 살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일번입니다.

먹을 것을 많이 챙겨주고 병이 들지 않도록 돌봅니다.

여왕벌이 늙고 힘이 없을 경우 새로운 여왕벌로 교체해주는 일도 해야 합니다.

그외 할 일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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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은 생명이 있는 동물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관리(라고 적고 돌본다 라고 이해한다) 하느냐에 따라 상태가 전혀 달라집니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하게 잘 키우려면 그만큼 영양분이 많은 먹이를 줘야 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벌도 마찬가지인 것이지요.

아, 그러고 보니 벌도 반려동물이 될 수 있겠네요.


저희 집의 경우 벌은 반려동물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벌을 착취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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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은 이번에 사온 벌 농장에 가보고 분노를 느꼈다고 합니다.

봉장(벌농장)이 완전 쓰레기 하치장 같았다고 했습니다.

벌통이며 기타 여러 도구들도 손질이 되지 않아 폐품 같았고

벌들의 상태 역시 안 좋았다고 합니다.


그 양봉 농가는 순전히 벌에게서 꿀만 착취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돈 벌기 위해 벌을 쥐어짠 것 같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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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봉장에 가봤습니다.

이번에 새로 장만한 봉장은 마을에서 뚝 떨어진데다 산과 연결이 되어있어 벌들이 살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입니다.

주변에는 아카시아 나무도 많습니다.

또 가을이면 언덕 전체가 야생 국화밭이 됩니다.


오늘 가보니 벌들이 행복하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벌들의 비행을 보니 저 역시 행복했습니다.

착취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김선생이 다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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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과 이웃에 사는 양봉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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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장에서 내려다보면 풍경.

왼쪽 바다 건너편은 석모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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