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4 서울의 밤
서점에서 책을 읽다가 마시던 차를 쏟았다. 이미 오래전에 다 읽었던 책이 문득 생각나 다시 펼쳐 본 찰나였다. 덤벙대는 습관 때문에 자주 넘어지고 떨어뜨리고 엎지르지만 책 위에 실수를 한 건 처음이었다. 책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 물건에도 인연이 있는 걸까 생각했다. '인연'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길어지는 물건들이 있다. 벼룩시장에서 사온 작은 장난감들, ㅈ가 입던 후드 티, 헌사가 적힌 책, 해변에서 주운 조약돌과 선물 받은 똑딱이 카메라. 하얀 책 표지 위엔 여러 사람이 들었다 놔둔 흔적이 묻어있다. 무수히 많은 손을 거치는 동안, 책은 적당한 주인이 나타나 주길 바랐을까. '인연이네'라고 말하길 좋아하는 내가 이 책의 주인이 된 건 틀림없이 인연이네, 싶다. 책에도 마음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인연이네, 생각하겠지. 물벼락을 맞은 건 억울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