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2017 8 4 구름 위의 밤

by 이오늘


가끔 긴장이 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건 내가 '무리하고 있다'는 실감을 할 때다. 텅 빈 체력과 축난 정신을 한 번 더 쥐어짤 때 나는 다 쓴 치약 튜브 같다. 그땐 나도 나를 이길 수가 없다. 나조차 어쩔 수 없는 내가 있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고약한 욕심엔 늘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도. 나는 곧 심한 배탈을 앓았다. 그리고 생애 첫 응급실행. 무리하던 일을 막 끝마친 밤이자 고대하던 여행을 사흘 앞둔 밤이었다.

병원은 딱딱하고 차가웠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만져지는 모든 것들이 그랬다. 유일하게 뜨거운 건 내 이마뿐이었는데, 여행을 포기하는 상상을 하자 더 열이 올라 그 생각은 곧 관뒀다. 퇴원 후 열흘 치 약을 처방받았다. 여행 중에도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기로 의사 선생님과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선생님의 표정이 너무도 단호해 나도 비장한 목소리로 재차 맹세했다. 병원을 나와 맞이한 늦은 밤의 공기가 포근한 것 같으면서 또 쌀쌀했다.

오늘 가족의 걱정 어린 배웅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건강하게 여행을 마치길 기도했다. 걱정인지 설렘인지 조금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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