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했던 꿈이

2017 9 1 서울의 밤

by 이오늘


만들기를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종종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어쩜 그렇게 잘 만들었나 몰라" 말씀하셨는데, 굳이 무엇을 만들었느냐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레고 조립, 종이접기, 시집이나 동화책 만들기같이 완성의 뿌듯함을 동반하는 일이면 모두 좋아했단 걸 알아서다. 어렴풋이 시인이나 작가가 되는 상상도 했었다. 종합장을 가득 채워 내 작은 동시집을 완성하던 순간, 마음이 차오르던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장래희망 란에는 늘 '화가'를 적어냈지만, 영원히 하나의 직업만 가질거란 생각은 그때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말하자면 화가와 비슷한 무엇이 되었고, 나머지 꿈들은 마음 속 가장 비밀스럽고 소중한 자리에 간직됐다.

요즘 작은 에세이집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어떻게 책을 만들게 되었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꿈이었다'고 대답하는 일이 즐겁다. 책을 보고 기뻐할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쑥스럽고 찡한 마음이 든다. 어떤 얼굴은 곁에 있고, 어떤 얼굴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먼 과거에 있다. 소식을 전하면 환한 웃음이 돌아올 것 같다. 생각하면 나도 환히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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