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얘기

2017 10 7 서울의 밤

by 이오늘


이건 곱고 예쁜 우리 외할머니 이야기.


언젠가 잇따른 소풍과 꽃놀이가 지겨워진 할머니는, 다니던 노인 학교에 휴학계를 낼 거라 선포하셨다. 학교는 휴학이 불가능했고 할머닌 결국 자퇴를 선언했다. 불량한 35년 돼지띠 자퇴생은 '야호!'하고 기쁨의 만세를 외쳤다. 생각하면 조용히 키득거리게 되는 이야기라 며칠간 종종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제는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었다. 엄마와 할머니의 통화는 노인 학교에서 유행하던 운동화, 그 다음엔 열매 맺은 귤 나무, 그 다음엔 손수 만든 갓김치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손재주가 좋은 할머니는 늘 무언가를 부지런히 만들고 고치고 길러내신다. 엄마는 그런 이야기들을 자주 내게 옮기며 "우리 할머니 너무 귀엽지" 하고 말씀하신다. 나는 "우리 할머니 너무 귀엽지"라고 말하는 엄마의 얼굴, 어떤 걸 많이 사랑해야만 지어낼 수 있는 표정을 좋아한다. 오래전, 지금보다 더 젊었던 할머니가 지금보다 더 어렸던 엄마를 바라보던 표정과도 꼭 닮았을 거다.


이건 내가 아는 중 가장 곱고 예쁜 한 모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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