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이의 친절

2017 8 8 니스의 밤

by 이오늘


밀라노에서 니스로 넘어가는 열차 안,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예약해둔 열차 티켓에 문제가 생겼고 (이번 여행 수상하다), 승무원들은 말을 붙이기 무섭게 우릴 비켜갔으며 (이번 여행 험난하다), 자칫하면 다섯 시간을 열차에 서서 갈 위기에 놓인 것이다. 허둥지둥하는 사이, 같은 칸에 타고 있던 프랑스인 여성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 날의 운세를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동쪽에서 귀인이...'로 시작하는 문장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 덕분에 우린 무사히 열차에 자리를 잡았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름을 묻고, 그 이름을 오래 기억하겠다고 말하자 그녀는 미소 지었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 낯선 이의 친절을 선물 받는 일은 흔치 않다. 선물이 될 만한게 있을까 싶어 배낭을 한참 뒤졌는데 적당한 물건을 찾지 못했다. 이름을 기억하는 일이 선물이 될 수 있다면, '마리아'라는 이름을 아주 오래 기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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