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기문 Jul 23. 2020

자작시, 이불을 두르는 것

시를 썼습니다

이불을 두르는 것
                                                                   유기문

사람이 또 한 줄의 나이테를 두른다는 건
심장을 이불로 두르는 것과 같다

우린 가냘픈 심장을 지키려 이불을 둘렀다
밖은 춥고 날카롭고 때론 거칠었으니까

이불로 심장을 두르자
넌 나의 떨림 또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너와 난 뜨거운 심장을 맞댈 일이 없어졌으니까

그런데도 우린 그 고독한 이불을
두르고 또 두르고 계속 둘렀다
밖은 춥고 날카롭고 때론 거칠었으니까

이불은 두꺼워져만 갔고
뜨거웠던 어린 날의 심장은
차가운 이불속에서 멈추어갔다

그러다 누군가의 심장은 어느 날 얼어버렸다고 한다
그는 제법 많은 나이테를 두르게 되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자작시, 회절하는 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