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다쳤다는 큰언니의 연락을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시골도 비가 오나 싶어 씨씨티브이를 돌려보다 아빠 손에 붕대가 감겨 있어 알게 되었다고 해요.
아빠도 그렇고, 엄마도 많이 놀라셨겠어요.
넘어질 때 영상을 보았어요. 뒷걸음질하시다 다리에 힘이 풀렸거나 스텝이 엉킨 것 같았어요.
옆에 있던 패널에 손가락을 다쳐서 열바늘이나 꿰맸다고 하던데 얼마나 아팠을까요.
단차가 있어서 높은 곳에서 떨어지다시피 해서 머리도 조금 걱정되네요.
손가락에서 피도 많이 난 것 같던데 놀란 마음 진정시키느라 애쓰셨겠어요.
그래도 그만하길 천만다행이에요
엄마
아빠가 최근에 세 차례나 넘어진 일이 저에게는 충격이네요.
2주 전에 예초기로 작업하다 넘어지셨다는 말씀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너무 위험한 상황이어서요.
그래도 넘어지는 순간 예초기 작동이 멈춰서 하늘이 도운 것 같아요.
아빠가 자주 넘어지셔서 엄마도 많이 불안하시죠.
어지럽고 다리에 힘도 없어서 아빠도 많이 힘들 거고요.
아빠의 몸이 아빠 마음대로 안 되는 건 저희 탓이 큰 것 같아요.
저희 낳고 키우시느라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요.
죄송하네요.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도 못하고 만날 곡식창고에서 이것저것 빼가기나 하고요.
이제 옥수수 먹고 싶단 소리 안 할 테니 농사일 정리했으면 좋겠어요.
엄마랑 아빠가 이제 그만 책임을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어요.
40년 넘게 먹여주셨는데 이미 차고 넘치게 해 주신 거예요.
엄마
마음 같아선 농사일뿐만 아니라 시골집까지 다 정리하고 이쪽으로 모셔오고 싶어요.
저희가 번듯한 집으로 모셔오면 좋은데 가정 꾸리고 산다고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네요.
평생을 한곳에서 살아오신 엄마 아빠가 올라올 결심을 하실 수 있을까요. 이게 제일 큰 숙제예요.
아빠의 고집스러운 성격으로는 별로 동의하실 거 같지 않더라고요.
도덕산 근처에 빌라들 보면서 여기로 모셔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는 했어요.
빌라 바로 옆에 밭들이 많이 있거든요.
평생을 밭에서 사셨는데 도시 생활한다고 갑자기 아무것도 안 하면 오히려 너무 답답하고 힘드실 거 같아서, 작은 밭이라도 있으면 엄마랑 아빠가 심심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었네요.
언니들이랑 이야기 나눠볼게요.
엄마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 좀 주세요.
자식들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두 분이서 해결하려고 하시는 건 알지만 그래도 연락을 주셔야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어요.
저도 연락 자주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