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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Aug 12. 2022

최고의 배우가 그의 몸에 딱 맞는 캐릭터를 입었을 때

<탑 건 - 매버릭(2022)> 리뷰




※스포 주의※


본 글에는 <탑 건 - 매버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함유되어 있으니 섭취에 주의를 요하며, 원치 않으신다면 영화를 보고 돌아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들어가며...


인터넷 상에서 연이은 호평과 역주행이 이어지고 있는 걸 보고도 이 영화의 관람을 차일피일 미뤘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후속편 소식이 들리지도 않을 만큼 오래전에 봤던 1편이 기대만큼 인상적인 영화가 아니었던 기억이 얼핏 남아 있어서였다. 그렇게 점점 '이대로 스쳐 지나 보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려는데 이게 웬걸. '그분'과 보러 가기로 했던 <토르 - 러브 앤 썬더>가 기대 이하의 결과물이라는 소식이 들리는 것 아닌가. 그렇기에 '그분'께 '토르랑 탑 건 둘 중에 뭐가 더 보고 싶으신지요' 하고 여쭤보니 이게 더 보고 싶으시단다. (앗차... 사실 속으로 코엑스 돌비에서 혼자 관람하려는 꿍꿍이가 살짝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그분'이 원하신다는데. 보러 가야지. (사랑합니다)


이 형, 대체 언제까지 멋있을 작정이란 말인가.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시리즈의 격을 한 단계 올려놓은 작품


감히 생각건대, <탑 건 - 매버릭>으로 이 시리즈는 톰 크루즈에게 미션 임파서블만큼이나 상징적인 시리즈가 돼버렸다. 물론 과거 1편도 미국 젊은 남성들의 '집단 군입대를' 유발할 정도로 센세이셔널했지만, 이번 영화는 <탑 건>을 시리즈물로 확장시켰음은 물론 항공 액션 장르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정말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1편에서 느꼈던 루즈함에 대한 걱정은 톰 크루즈가 스크린에 등장한 순간 날아가버렸다. 흰 티 한 장 달랑 걸치고 비행기를 손보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아, 물론 바지는 정상적으로 입고 있었다). 물론 그의 멋짐이 전부인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사에 길이 남을 배우가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캐릭터를 걸치고 스크린에 살아 숨 쉬는 모습을 보는 일은 결코 흔한 경험이 아닌 만큼 그 순간 일종의 '경이로움'마저 느껴졌다.


(또 영화 중반부 해변에서 조종사들이 웃통을 벗고 풋볼을 즐기는 씬에서 잠시 비춘 잘 관리된 톰 형의 몸도 상당히 화제가 됐던 걸로 알지만, 필자는 그 나이에서 나올 수 없는 스프린트 속도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끝없는 자기 관리를 통해 신체적 능력을 극에 달하게 만든 그의 모습은 마치 과거 몸에 전기 충격을 가해가며 한계까지 근육을 단련했다는 이소룡을 떠올리게 했다.)


솔직히 시나리오는 단순하기 짝이 없다. 모 국가에서 일어나는 테러집단들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철옹성 같은 요새를 폭격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지고, 한정된 시간 동안 조종사들을 훈련해 그들을 '임파서블 미션'에 투입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하지만 그걸 훈련시키는 사람이 톰 크루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놀라우리만치 온전해진다면 믿으시겠는가. 실로 단순한 설명이라 들리실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특별관에 찾아가서 보시라. 특히 영상보다는 사운드가 좋은 곳으로 가시길. <사진: 다음 영화>

시원, 짜릿, 아찔한 전투기 씬


톰 크루즈와 함께 이 영화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면 바로 전투기일 것이다. 이야기를 단순화하고 전투기의 매력에 집중한 것은 명백히 이 영화가 내린 최고의 선택 중 하나다. 일반관에서 관람했음에도 귀를 찢을 듯한 활공 소리와 눈앞을 스쳐가는 전투기들의 곡예는 몇 번이고 필자가 머리를 감싸 쥐고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톰 크루즈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맨몸 액션'이다. 그는 늘 그렇듯이 이번 <탑 건 - 매버릭>에서도 직접 비행기와 오토바이를 몰고, CG 촬영을 최소화하고자 본인을 포함해 모든 배우들이 전투기에서 중력가속도를 버티는 등의 훈련을 실시하고, 새로운 배우들이 F-18 전투기를 몰 수 있도록 준비시키기 위해 3개월짜리 비행 항공 훈련 코스를 직접 설계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러니 영화가 실감이 안 나고 배길 수 있겠는가. 이 정도면 배우 계의 '크리스토퍼 놀란'(연출 과정에서 CG를 최소화하다 못해 배제하는 감독으로 유명)이라고 해도 되겠다.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겠지만, 두 사람 모두 영화의 퀄리티만큼은 최고로 뽑아내니... '도무지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상사'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이 영화에서 '배우 톰 크루즈'는 없다. 오로지 '파일럿 매버릭'만 있을 뿐. <사진: 다음 영화>

'할리우드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다양하게 봤다곤 못하지만, 적어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 대부분은 전부 그 자신, 즉 '톰 크루즈'라는 캐릭터에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멋지고 유쾌하지만 어딘가 허당스러운 매력에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유발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그만의 캐릭터. 호불호야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 현재 영화판에서 관객들에게 가장 친근한 캐릭터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비슷한 예로 성룡, 아놀드 슈워제네거 등을 들 수 있겠다). 여기에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은 물론, 연출에도 직접 참여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톰 크루즈와 그의 영화를 더욱 온전하게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다. 그리고 이번 영화도 그의 캐릭터적인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실로 좋은 케이스 중 하나.


때문에 우리는 톰 크루즈가 나온다는 사실 만으로도 믿고 영화관으로 향할 수 있다. 물론 <미이라(2017)>처럼 예외의 경우도 간혹 있다마는, 그만큼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르게 갖추고 우리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볼거리를 항상 제공해주는 배우는 흔치 않으니 말이다. 그 앞에서 감히 누가 스스로를 '할리우드의 아이콘'이라 칭할 수 있겠는가.


조연진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던 배우 중 하나인 마일즈 텔러(루스터 역). <사진 출처: 다음 영화>

훌륭한 조연진은 '화룡점정'


여기에 <위 플래시>로 영화 팬들에게는 익숙한 얼굴인 마일즈 텔러, 재수 없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행맨(글랜 파월), 까칠한 상사 사이클론(존 햄). 거기에 이제는 아름다움을 넘어 멋이 느껴지는 제니퍼 코넬리까지... 톰 크루즈의 어마어마한 존재감 때문에 결코 그만큼 돋보일 수는 없었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분명 곳곳에서 빈 틈을 채워준 조연진의 훌륭한 연기력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화룡점정은 조연진들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워낙에 훌륭한 마무리를 지어놨기에 후속편은 가급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만, 혹여 이들로 후속편이 꾸려진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나쁘지 않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톰 크루즈의 자리를 메꿀 그 '누군가'를 찾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어마어마한, 어쩌면 풀 수 없는 숙제 같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탑 건> 시리즈에서 매버릭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오토바이, 카와사키 닌자 H2R 모델과 함께.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이 영화가 앞으로 어디까지 더 달릴 수 있을지 지켜보자


2022년 8월 12일 오후 기준 대한민국 750만 관객을 훌쩍 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이 영화는 도무지 스크린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특히 영화사 별 특별관(IMAX, 4DX, Dolby 등)의 예매 경쟁률은 아직도 치열하디 치열하다. 훌륭한 만듦새에 더해 다른 경쟁작들의 부진까지 겹치며 전에 없던 역주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만큼, 적어도 800만 정도는 쉽게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영화비 2만 원 시대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를 잘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대한민국 영화업계 관계자들이 이번 기회에 똑똑히 알았으면 하니 말이다(물론 이 또한 '고요 속의 외침'이 될 거라는 게 슬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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