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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Oct 30. 2022

#06. '너무 오래 멈춰있는 것 아닌가' 싶을 때

마인드 컨트롤, 당근 주기, 그리고 좋은 환경 만들기로 이겨내 보렵니다.



'자기 계발'이 얼마나 어렵고 요원한 단어인지...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열심히 했다고 자랑스레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취업을 하고 나서는 정말이지 답보는커녕 뒷걸음질 중인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나름의 청사진을 그리며 시작한 원대한 계획과 기획들이 겹겹이 쌓여있건만, 이런 것들이 삶을 영위하고 입에 풀칠하는 문제와는 하등 상관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점점 뒷전으로 미뤄버리는 저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런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가끔은 불쌍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 계획들을 하던 시기의 저 자신과, 지금의 저 자신에서 느껴지는 갭 차이는 너무나도 크니까 말이에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좌우명 삼아 매일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고는 싶은데 그게 왜 이리도 어려운지 참... 


하지만 이런 것들을 부업으로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본업으로 발전시켜 제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 꿈인 만큼 때로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스스로를 희생하는 게 맞겠죠. 설령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시간을 쥐어짜 내면서 말입니다(마른오징어에서도 물은 나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글쓰기 역시 그중 하나인 만큼 이렇게 뭐라도 쓰면서 잔근육을 늘리려 애쓰고 있습니다. 직업 상 항상 글을 쓰고 글감을 생각하다 보니 이제 쉬는 날에는 몸이 텍스트를 멀리하려는 게 느껴지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럴 때는 몸 대신 머리가 나서서 애써줘야죠.


1. 미래에 내가 그리는 삶의 형태가 어떠해야 하는지, 

2. 왜 그래야 하는지, 

3. 그리고 그를 통해 내가 만들어갈 나의 모습은 어떤지,
 
4. 그렇게 변한 나 자신이 어떻게 주변에 좋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지.


요런 것들을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지쳐있는 심신을 다스리고, 또 다독이는 데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참 원론적이고 자기 계발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말이죠.


이런 마인드 컨트롤에 더해 저는 최대한 스스로에게 당근을 주면서 개인 작업을 하려는 편입니다. 예를 들자면 2시간 놀 것을 1시간 30분, 혹은 1시간만 놀고 할 일을 하는 겁니다.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놀기는 했으니 저 자신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게끔 명분과 압박을 더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워낙에 스스로가 하고 싶은, 혹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아닌 이상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 데다 유혹에도 약하고, 독기 있는 편도 아닌 만큼 계속 당근을 먹이고 또 먹이며 저 자신을 달래는 거죠('영혼을 살 찌운다'는 게 이런 의미의 표현이었다면 저는 이미 몇 톤 짜리 영혼의 보유자가 되었을 겁니다). 요즘은 여기서 더 나아가 '어제 놀았으니 오늘은 작업만 빡세게 하자'는 식으로 인내력을 키워보려고도 하고 있지만, 이제는 일이 점점 늘어나면서 놀거나, 작업을 하거나의 양자택일만 가능할 정도로 시간이 줄어든 것 같아 좀 슬퍼지네요.


또 제게 잘 맞는 방식 중 하나는 바로 '일하기 좋은 환경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집에서는 답답해서 작업 못해요. 안 합니다. 그래서 집에서만 할 수 있는 작업들을 제외하고는 주로 카페에 나와서 작업을 하는 편이죠. 물론 매번 커피값이 부담이긴 하지만, 좀 조용하면서도 트여있고, 멋진 공간과 맛있는 커피를 갖춘 공간에서는 정말 몇 시간이라도 작업을 할 수 있으니 그 효율이 말할 수 없이 좋습니다. 실제로 제 글들은 대부분 그런 환경에서 작성됐고요. 물론 카페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제가 반가운 손님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만큼 가급적이면 1인석, 많아도 2인석에 앉아서 최대한 티 나지 않게, 소심하게 작업하고 있다는 점,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죄송합니다 사장님들... 돈 많이 벌어서 앞으로는 디저트도 시켜먹겠습니다...).


아무튼 이제 벌써 가을도 중반에 접어들었고 올해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올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제 '글쟁이로서의 아이덴티티 회복'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주, 또 많이 써보겠습니다. 앞으로 멈추지 않고, 에세이든 영화 리뷰든 '읽는 입장에서 기대하고 펼쳐볼 만한 글'을 쓸 수 있는 글쟁이가 될 수 있도록, 나름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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