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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유부남, 나 홀로 도쿄 일주일 #6

머그컵의 천국, 스타벅스 도쿄 리저브 로스터리

by 김트루

얼마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벌써 오후 5시. 두 달 만에 도착한 시부야 스크램블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러봐야 한다는 '시부야 타워레코드'. 앞에 붙어있는 'NO MUSIC, NO LIFE.'(음악 없이, 삶도 없다)라는 슬로건이 맘에 든다. 그렇다, 사람은 음악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최신 유행의 음악들도 많지만, 필자는 이곳이 추억 속의 음악과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기도 한 곳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글로벌 팝스타인 브루노 마스와 찰리 푸스부터 영화 <중경삼림>의 여주인공으로도 유명한 배우이자 가수 '왕페이', 자드, 엑스 재팬 등 현재와 과거의 음악이 총망라돼 있어 누가 가더라도 즐겁게 둘러볼 수 있는 곳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외에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락밴드인 '라르크앙시엘'의 앨범, 기타를 취미로 하고 있어 더욱 반가운 기타 음악 코너도 있다. 다만 LP나 CD가 주력인 매장이니만큼, 이를 취미로 하지 않는 필자에게는 그저 둘러봐야 하는 곳일 뿐이라는 점은 아쉽다(돈을 아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시부야의 중심 거리, '시부야 센타 가이'(渋谷センター街).

이제 다음 목적지는 도보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대형 카페, '스타벅스 리저브 도쿄 로스터리'다. 일본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임은 물론, 매장에서 직접 커피를 볶는 전 세계에서 단 6개(미국 시애틀·시카고·뉴욕,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이탈리아 밀라노) 밖에 없는 스타벅스의 로스터리 매장이라고.


많이들 아시다시피 스타벅스에서는 각 나라와 도시 별로 색 다른 머그컵인 '빈 데어 시리즈'를 출시해 매장에서 판매하는데, 로스터리 매장의 경우 일반 매장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제품이 있다고 한다. 여행을 갈 때마다 이를 사모으는 것이 취미가 된 와이프느님의 강력한 방문 요청이 있었던 곳.


나카메구로 역에서 야마테도오리(야마테길)를 따라 죽 걷다 보면 얼마 안 있어 저 멀리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라는 문구가 꼭대기에 달려있는 큰 빌딩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렇게 큰 스타벅스가 있었나 싶을 정도.


돌고 돌아 도착한 입구부터 이곳은 다르다는 인상이 팍팍 풍긴다. 통창을 통해 내부가 보이는 구조인데, 내부가 어떻게 생겼을지 들여다보면서도 가늠이 안 갈 정도.


들어간 내부. 마치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은 분위기다. 커피를 만드는 일종의 실험실 같은 분위기인데, 확실히 이전의 스타벅스들과는 다른 곳임이 느껴진다.


매장서 직접 로스팅한 스타벅스의 고급 브랜드, '리저브'의 원두들도 판매한다. 평소 집에서 드립커피를 내려먹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 또한 혹한 부분이지만, 일주일 여를 더 도쿄에 있어야 하는 만큼 살 이유가 없다(원두는 점차 그 향과 맛을 잃으며, 로스팅 직후 1~2주 간이 가장 상태가 좋은 만큼 이를 고려해 구매하는 것이 좋다).


이제 본격적으로 둘러보는 머그컵들. 정말 사진으로 다 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확실히 일반 매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반 매장에서는 그 나라 혹은 도시의 머그컵 2 종류만 판매하지만, 이곳은 그를 포함해 더욱 다양한 디자인과 종류의 컵들을 팔고 있다(텀블러, 에스프레소용 컵 등등). 이 중에서 필자와 필자의 아내는 세 번째 사진에 나오는 사계절을 모티브로 한 진한 색상의 '도쿄 머그'(주황색, 핑크색)를 선택.


※필자가 가본 바, 아키하바라 일반 매장에서 팔았던 '도쿄'나 '재팬' 머그컵은 이곳에 없으니 '빈 데어' 일반 제품을 사실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다.


'지모토(한국어로 고향) 메이드 플러스'라는 이름의 머그컵 판매 캠페인도 진행 중인데, 각 지방의 명인들이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그 모양이 다채롭고 독특해 사고 싶은 욕구가 절로 생긴다(사진처럼 가격이 사악한 것들도 존재한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특히 이곳 도쿄 매장은 아마 스타벅스 컵을 비롯해 머그컵 모으기를 취미로 하고 계신 분들께는 천국이 아닐까 싶다.


다른 매장과 달리 빵의 종류가 다양하고 그 퀄리티가 높은 것도 특징. 안 그래도 배가 고픈 와중에 이러면 반칙이다. 왼쪽의 바나나 파이(토르타 디 바나나)와 오른쪽의 살라미 포카치아 중 고민하다가 결국 포카치아와 아메리카노를 먹기로.


이제야 앉은 자리에서 둘러보는 매장의 분위기. 약간 어둑어둑하지만 따뜻해 좋다.


바로 옆에서는 제빵사분이 빵을 만들고 계시다. 매장에서 제빵도 직접 하고 있는 듯한데, 사진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정말 다양하고 맛있어 보이는 베이커리 종류가 많으니 커피에 관심이 없더라도 필자와 같은 빵돌이 & 빵순이 여러분께서도 만족하실 법한 곳이 아닐지.


쉴 만큼 쉬고 9시가 다 돼서야 다음 코스인 일본의 유명 서점 브랜드, '츠타야'의 가장 유명한 지점인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에 도착했다. 스타벅스 로스터리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기에 묶어서 방문하기 좋고, 저녁 10시까지 늦게 영업하기에 도보 여행자들의 하루를 꽉 채워주는 좋은 스팟.


내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사진은 이 것밖에 올리지 못하지만, 일본과 도쿄의 풍부한 문화적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인 만큼 책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방문해 보셔도 괜찮을 듯하다. 필자는 생각보다 쇼핑도 좀 하고 나왔다.


10시 마감까지 츠타야를 훑은 뒤 밖으로 나오니 건너편에 분위기 있는 건물이 하나 보인다. 찾아보니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데, 여유를 갖고 왔더라면, 특히 와이프와 함께였더라면 이곳에서 저녁을 먹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가난한 여행자 입장인 지금으로서는 꿈도 못 꿀 곳.


씁쓸함을 안고 도착한 다이칸야마 역.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 상황, 문득 포차에서 가라아게(일본식 닭튀김)를 먹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스친다.


한국에서는 많이 먹어봤지만 현지에서 먹어본 적이 없었던 그 음식, 가라아게. 일본의 정통 가라아게는 과연 어떤 맛일까. 비록 빈곤한 여행자이지만, 적어도 가라아게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않겠나(가라아게는 일본에서 나름 서민음식 중 하나로 통한다). 덕분에 다 늦은 시간이지만 여전히 설렘 가득한 오늘의 여행길.


그렇게 도착한 이자카야 '사츠마'. 가라아게 맛집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고, 구글맵에서 평점이 나쁜 편은 아니었기에 굳이 지하철을 타고 온 곳이다. 2층의 카운터 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라아게와 함께할 맥주를 시키니 기본 안주로 골뱅이(?)가 나왔다. 살짝 끈적하지만 나쁘지 않은 맛.


그리고 나온 문제의 가라아게. 애석하게도 이 가라아게는 지금까지 먹었던 것들 중 단연 최악이었다. 사진만 보면 그럴싸 하지만, 튀김이 축축하기 짝이 없는 데다, 5개의 고기가 하나같이 다 질긴 부분이 대부분이라 먹을 수 있는 부분이 30%가 채 되지 않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다 씹을 수가 없어 모두 뱉어버렸다. 한 개만 이랬다면 '그냥 가라아게 못하는 집'이라고 생각하고 말았겠지만, 전부 다 이렇다는 건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심지어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 더 어이가 없었는데, 자릿세 명목으로 600엔인가 800엔을 내야 했기에 가라아게와 맥주만 시켰음에도 2200엔이라는 비싼 금액이 나왔다. 혹여 도쿄 여행을 가시더라도 이곳에서 가라아게는 시키지 마시길. 아예 다른 곳을 가신다면 더 좋겠고.


결국 가라아게를 끝으로 아무것도 시키지 않은 채 숙소가 있는 긴시쵸역으로 돌아왔다. 맥주로만 배를 채워 기분이 살짝 좋지 못하지만, 내리는 비 덕분에 유독 멋진 스카이트리의 불빛 덕분에 기분이 약간은 나아졌다(매우 단순한 성격이다). 뭐, 이럴 때도 있는 거지. 이번 여행 기간 안에는 꼭 맛있는 가라아게집을 찾겠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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