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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Feb 02. 2018

영화 리뷰: <록키(1976)>

Better Than Yesterday!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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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은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캐릭터로 남는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터미네이터>가 그랬고, 해리슨 포드의 <인디아나 존스>가 그랬다. 때문에 필자가 영화관에 들어가며 했던 생각은 딱 한 가지.



 


‘록키는 과연 어떤 영화이기에, 또 어떤 인물이었기에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었을까?’




허나 필자가 록키에 대해 가졌던 첫인상은, 사실 그리 좋지 못했다.





거리의 양아치, 록키 발보아. 그의 얼굴 옆 숫자가 절묘하다(?)

과거에는 복싱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그 힘을 가지고 고리대금업자의 수금이나 도우며 살아갈 뿐인, 거리의 양아치, 록키 발보아.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필자에게 ‘왜 저런 캐릭터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가 된 거야?’ 하는 의구심마저 생기게 만들 정도였던 껄렁한 캐릭터. 그게 바로 록키였다. 하지만 어느 날 그런 그에게 일생 단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월드 헤비웨이트 복싱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의 대전 상대가 부상을 당하며 지역 무명 복서들에게 그를 상대할 기회가 주어지게 된 것. 록키가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것과 이름이 멋지다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유로 그는 챔피언의 대전 상대가 되는 행운을 얻게 되고, 록키는 아폴로와의 대전을 준비하며 다시금 유명 복서가 되는 꿈을 품게 된다.





, 여기서 잠깐.




여기까지 왔다면 이후의 스토리가 어느 정도 예측이 가지 않는가?



무명의 복서가 피 나는 노력으로,

세계 챔피언을 운 좋게 꺾고,

한 순간에 유명 복서가 되며 성공.







'아... 뻔한 스토리겠구만 이거...'



실제로 이 영화는 필자의 생각대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최선을 다해 훈련하는 록키, 그리고 그를 돕는 지원군의 등장, 그리고 그런 록키를 위하기라도 하듯 훈련을 게을리하는(이 정도면 일부러 이렇게 해 준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챔피언까지. 아.... 명작이라고 불리는 이 영화도 결국 그동안 지겹도록 봐 왔던 뻔한 성공신화 중 하나에 불과했던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내 걱정은 기우에 그치게 된다.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점점 강해지는 자신과 만나며 성취감을 느끼게 된 록키. 어느 날, 훈련이 끝나고 난 후 광장 가운데에서 두 손을  들어 올린다. 그가 챔피언에의 도전을 결정짓고 처음으로 러닝을 하며, 그동안 훈련을 게을리한 탓에 약해질 대로 약해지고, 한심해져 버린 자신과 마주했던 그 장소에서.

아직도 필자의 눈에 선한 이 장면.

<록키>의 메인 포스터이기도 한 이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상징적인, 또 의미 있는 장면이라는 데에 아마 이견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를 기점으로 록키의 목표가 챔피언에게 승리하는 것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으로 승화하며 이후 영화의 흐름 자체를 바꿔놓는 터닝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이런 행동이 단순히 훈련을 통해 나아진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기에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그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승리의 쾌감을 느끼는 사실상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할 법한 행위를, 그것도 아무도 보지 않는 텅 빈 광장에서 하는 장면을 이 시점에서 보여주는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더 이상 록키의 목표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후 록키가 아폴로와의 결전을 앞둔 전날 밤에 그의 연인인 에이드리언에게 하는 말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다.



 



챔피언에게 이길 순 없을 거야.

하지만 최대한 오래 링에 남아서 버티겠어.


계속되는 훈련을 반복하며 예전의 기량을 다시 회복한 록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넘을 수 없는 높은 현실의 벽과 마주한다. 그가 그동안 헛되이 흘려보내 온 세월만큼, 자신과 챔피언과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마치 모든 것에 달관한 철학자처럼, 현실적인 한계를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진다. 에게 경기에서의 승패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하이라이트여야 할 아폴로와 록키의 경기는 록키 자신에게 있어서도, 관객에게 있어서도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록키의 상대는 더 이상 '세계 챔피언'이 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하이라이트인 세계 챔피언인 아폴로 크리드와의 경기. 얻어맞고, 쓰러지기를 반복하지만 록키는 계속 다시 일어선다.

실제로 두 사람의 경기는 그렇게 빛나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저 계속되는 주먹질을 견디며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내는, 보기에도 안쓰럽고 고통스러운 장면의 연속일 뿐.


이렇게 영화 <록키>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챔피언과의 경기를 단순히 영화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며 관객을 감동하게 만드는 ‘도구’로 이용하지 않는다(흔해 빠진 신파 감동극들과 록키의 차이는 여기에서 또 한 번 벌어지게 된다). 그저 정점에 올라가는 과정으로서가 아닌, 그저 순수하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한 인간의 '숭고한 도전정신'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을 통해, 이 경기는 승패를 떠난 그 어떤 것, 그 이상의 것이 되어 관객들에게 강요되지 않은, 진정한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는 경기가 끝나고 누가 승자가 되었는지를 관객들에게 굳이 말해주지 않는다.


앞서 계속 말했지만, 승패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Better than Yesterday'


록키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릴 때 나오는 이 음악, 이 한 문장만큼 영화 <록키>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록키의 삶 그 자체인 이 노래가 울려 퍼지는 극장 안에서 어느새 필자가 영화 초반에 가지고 있던 불신에 가까운 의구심은 녹아내린 지 오래였다. 

분명 현실에서 챔피언과 대결할 수 있는 기회 따위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가 목표한 바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어제의 나 자신보다 나은 내일의 나 자신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록키는 깨달았고, 몸소 증명해냈다. 







'세상은 승자만을 기억한다'




잔인하지만 맞는 말 아니겠는가?


'록키 발보아'라는 캐릭터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승자였기 때문이다.


흔히들 '세상 가장 어려운 적'이라고 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승자.







그가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진정한 승리자'로써 기억되길, 


그리고 나 또한, 영화관에서 그를 만났던 그 순간을 잊지 않고 평생 기억하며 살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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