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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Jun 05. 2016

<행가레> 이종범 작가님 강의 후기.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그것을 '만끽'하라.

웹툰 '닥터 프로스트' 아시나요?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 웹툰입니다.

이종범 작가님은 '더 지니어스'에도 출현하셔서 많은 이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저도 웹툰을 참 좋아하는데,

요즘 방송에 웹툰 작가님들도 많이 노출되고

오늘은 무도에서 '릴레이 툰' 특집도 하더군요.

 닥터 프로스트 보러 가기


만화 재밌어요. 강추!


제가 메모를 안 해요.

어떤 상황에도 전 메모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게 저의 기질이에요.

무언가를 쓰려고 하는 순간 놓친다는 걸 인지한 후에는...

그냥 현장에서, 그 순간에 기억할 것들을 기억하거든요.


이전 강의는 뿌듯하게 제가 메모를 했습니다.

키워드별로 쭉쭉 나열했지만 열심히,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글로 새겼어요.


본론으로 가볼까요.



강의


웹툰의 역사, 디지털이 준 변화, 웹툰이 청소년에게 주는 변화와 이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강의의 주 청자는 어머님이었습니다.

전 작가님이 어머님 사이에서 유명한가 궁금했는데,

뚜렷이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작가님이 EBS에서 청소년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머님이 많이 오셨을 수도 ^^


과거 책을 넘기는 만화의 시절부터,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도 되는,

한 면에 모든 만화를 담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웹툰은 어떤 변화와 진화를 해왔고,

어떤 이야기가 '재미'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이어갔습니다.


동료 작가분들과 밥을 먹을 때면,

'형은 뭐가 재밌어?' '재미는 뭐라고 생각해?' 류의 질문을 잘 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작가님 인생에 있어 '재미'에 대해 6~7년간 꽤 깊은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인간은 재미를 추구한다.

어떤 것이 '재미'인가.


어떤 동료 작가는 '나는 다음이 궁금한 게 재밌어' (to be continued)

어떤 작가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내 감정이 움직이면 재밌어.'라고 대답하였다 합니다.


재미없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생각해도 나하고 무관한 것이면 재미없다.'

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 이야기가 제 머리를 탁 때렸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작가님은 누가 봐도 내 이야기가 아닌 것을 내 이야기로 알게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웹툰은 단순히 그림과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과 변화, 진화를 거듭해왔다고 합니다.


웹툰 작가 중에도 '호랑'이라는 작가님은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어서,

웹툰에 음악을 까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오픈소스로 동료 작가들에게 뿌렸고,

그 후부터 웹툰에 음악이 깔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체는 호랑작가님이에요 ㅋ)


그 외에도 cctv 영상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여 성폭행 이야기를 다룬

김민정 작가의 콘스탄쯔 스토리, 한때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던 봉천동 귀신처럼

웹툰계는 계속 계속 대중매체로써 진화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웹툰계는 이제 겨우 10년을 왔고,

시스템도 아직 개선 중이고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한국의 웹툰 시장은 세계에서 최고의 수준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에 웹툰을 배우러 오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긍정적인 면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여기까지가 작가님께서 준비해온 강의의 내용이었습니다.



Q&A


Q.

본인의 자녀가 공부는 안 하고 웹툰만 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영어 공부하라고 노트북을 사주었는데 웹툰만 보더라... 부모로서 자녀를 위한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자녀는 주로 네이버 웹툰 상위 랭크 웹툰만 본다. 그 만화들의 수위나 내용은 어떤지.


A.

아이들에게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뺏지 않는 이상 웹툰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이들을 제어하고 보고 싶은 것을 보지 않게 하는 것은 자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웹툰이 왜 좋은지, 웹툰 말고 자녀에겐 어떤 선택지와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민하고 제안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과정을 거쳤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네이버 웹툰 상위 랭크 만화의 수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다.

거대한 플랫폼일수록 콘텐츠는 보수적이다.

상위 순위에 오래 걸려있는 콘텐츠는 이유가 있다. (닥터 프로스트는 6~7위쯤 된다더라 ㅋㅋ)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도 활발하고 아이들 스스로 자정능력도 충분히 작동된다.

나처럼 대중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이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정말 많이 고민한다.

많은 작가들이 그렇다. 그 점을 믿어달라.


Q.

자녀가 닥터 프로스트를 추천해줘서 나도 만화를 보았다.

어떤 작가는 그림체나 데생이 너무 거슬려서 웹툰을 보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과거엔 그림을 잘 그려야 만화를 할 수 있었지만,

웹툰이 들어서면서 이야기의 중요성이 더 강해졌다.

이야기의 중요성, 캐릭터의 다양성이 강조되면서 작화의 디테일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작화 실력이 정말 좋은 작가들도 많다.

분명히 있으니 자녀분께 그림체가 좋은 작가님을 알려달라고 하면

기분 좋게 알려줄 것이다.


Q. (나의 질문)

1. 닥터 프로스트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적은 없는지.

2. 저도 웹툰을 만들어보고 싶다. 정확히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다.

    요즘 길을 좀 잃었는데 무엇부터 하면 좋을지 묻고 싶다.


A.

닥터 프로스트는 심리학 전공의 경험으로 즉, 저의 자본금으로 만든 작품이다.

물론 다른 주제의 웹툰을 준비하고 있고 그것에 대한 공부와 인터뷰를 병행하고 있다.

언젠가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은 굉장히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끽'할 줄 알아야 한다. (의무적으로 라도)

만화를 즐기는 사람이 만화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이 만들고 좋아하는 것을 '만끽'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자질이다.


좀 못생겨도 된다. 일단 '만끽'하면서 시작하라.

그리고 하면 는다.


정리


두서없이 줄줄 메모들을 보며 그날의 기억들을 나열했습니다.

이 글을 볼 제 친구들과 저, 그리고 우연찮게 이곳에 들리실 어떤 이에게 쵸큼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 작가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제가 좋아하는 팟캐스트나 만들고 싶은 콘텐츠에 대해서

개념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여드릴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신나게 ppt를 만들고 있거든요 ㅋㅋ)


작가님께서 <춘앵전>이라는 만화의 한 컷을 강의중에 보여주셨습니다.

보여주신 만화의 마지막 컷 대사가 제 가슴을 쳤습니다.

멋지게 그 대사로 이번 포스트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 금마가 그리 대단합 네 거?'
: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 녀석이지.

  춤이든, 소리든, 악기든, 많은 걸 배우고 싶어 했지만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고 있더라고.'


지금까지 없던 무언가가 되려고 하는지도 모르지.



창의세미나S 시즌2 15회

닥터프로스트 이종범 작가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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