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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Feb 29. 2016

사료와 식사 그리고 나.

2년 전쯤 강신주가 한창 잘 팔릴 때,

굉장히 유명해졌던 말이 있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 그릇에 담지 않고 그냥 먹으면 사료고,

그릇에 담아먹으면 그건 식사다 라는 말.


벙커원 강의에서도 했던 말이고,

대중강연에서도 했던 말이고,

나 혼자 산다에 특별강연으로 했을 때도 했던 말이다.


나는 밥을  사 먹는 게 아니라 해 먹는 행위는

굉장히 손이 가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 혼자 먹기 위해서라도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반찬이라도 해 먹을라치면 그 행위와 시간과 정성은 어쨌든

손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자체는 뭔가를 위한 과정이다.

내가 배부르기 위한 과정이고,

누군가를 대접하기 위한 과정이다.


지난 명절 때 받아온 튀김과 반찬들을 옮겨담으며,

이걸 통째로 먹어야 하나 덜어먹어야 하나 고민했다.


내가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반찬을 옮겨 담을 때는

끼니를 때우기 위함이었고,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고,  위를 달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굳이 반찬을 그릇에 옮겨 담았다.

계란 프라이도 했고, 국도 끓였으며, 밥도 새로 지었다.


나는 요즘 내가 좀 아쉬운 존재일 수 있으나,

어쨌든 한 사람에게는 안타까운 존재가,

걱정을 들게 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아침에 조깅을 하고,

제때 밥을 챙겨 먹고,

무의미한 시간을 줄이고,

현재에 발을 붙이려고 노력한다.


내가 되게 잘난 사람이 아니어도

측은한 마음이 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사료가 아닌 식사를 했고,

먹은 만큼 움직였다.


그게 요즘 내가 일상을 지내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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