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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Feb 16. 2016

밥 먹을 자격에 대해서

고개를 드세요.

이 기분으로 더 있다간,

눈물이 나다 못해 마음에 병이 날 것 같아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일못(일못하는)이고,

행동도 느린 편이고 반응도 느린 편입니다.


빠르지 않게 살았고,

그래도 살아왔습니다.


그런 면이 저에 단점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죽진 않았습니다.


진짜로요... 일이 안 풀릴 때마다 죽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아직은 살아있습니다.


요즘 제가 자주 생각하는 화두는....

밥 먹을 자격입니다.


3년이 더 지났나요.

싱크카페에 일할적입니다. 

제가 팀에 너무 도움이  안 되는 거 같아서...

기가 잔뜩 죽어서 네이버에다가 물어봤습니다.


일을 못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하고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들이 이미 많더라고요.

피식 웃음이 났지만 진지하게 다른 분들의 글을 살펴보았습니다.


일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밥은 꼭 챙겨 드세요.
일을 잘하든 못하든 기죽지 마시고 회사분들과 밥을 먹어야 할 땐,
끼니때가 되었을 땐 꼭 끼니를 챙겨 드세요.


이 답변을 보며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노트북에 글이 안보였습니다.


나의 무력감에, 나의 하찮음에, 나의 부족함을 인지 했을 때

밥맛이 떨어지곤 합니다.


나 같은 놈 밥 먹을 자격 같은 건  없다고...

도저히 면이 안 서서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겠다고 자리를 거절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답변을 읽은 후엔 밥은 꼭 챙겨 먹습니다.

적어도 일할 때 주는 밥을 꼭 먹습니다.


회사밥을 '준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도,

이 글을 있는 저에게, 모두에게 이 글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인간의 자아실현은 단순히 일로만 실현되지 않지만,

누군가는 하루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자아실현은커녕 자아가 뭉개져도,

밥 먹을 땐 고개를 드세요.

천천히 다 드세요.


동료와 찌개를 나눠먹어도 되고,

계란찜 정돈 하나 더 시켜도 되고,

반찬도 좀 더 달라고 해도 됩니다.


일도 못하는 게 밥이나 축낸다며

자책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모른척하고

그냥 그렇게 하세요.


어떤 기사에 내용처럼 통신비 못내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돈으로 밥 먹느니 전기요금이나 냈으면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죠.

택시를 타면 온갖 낭비는 내가 지금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저는 오늘 정말 진지하게 잠시동안만이라도 집으로 내려갈까를 

몇시간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래도요.

제발요.


일을 잘하든 못하든,

밥 먹을 자격 같은 건 모두에게 있는 거예요.


남들 밥 먹으러 갈떄,

혼자 남아서 자책하지 마세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지요.

혼이 났던, 아이템이 까였든...


당신 자리에, 당신이 존재하고 있었다면 자격은 충분한 거예요.

밥 먹을 자격 같은 건 의심하지 마세요.


걱정말고 드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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